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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ㅣ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3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한남자와 한여자가 사랑을 해서 영원을 기약하며
결혼이란 끈으로 묶인다. 그
사랑이 영원할거라 믿으며, 혹은 영원하기를 바라며.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렇게 그들을 편하게 놓아줄까? 처음엔 모든 걸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각자의 마음속에
성을 짓고는 그 성안에서
고집스럽게 나오려들지 않는다. 그리고는 하나씩 하나씩 내가 아닌 상대방의 상태에 따라 맞춰지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토록 재잘거리던 처음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침묵의 바위뒤로 숨게 되고. 차라리 내가 맞추지, 하는 심정으로 콩속에서 돌을 골라내는듯이 자신을 내던진다.
중요한건 남자든 여자든 모두가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누구도 그렇게 선을 그으며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버리고 문득 지나간 날속에 머물던
자기 자신과 마주치던 어느날, 남자도 여자도 똑같이 말을 한다. 그래, 그때는 그랬었는데....
그리곤 그때의 시간을 찾아내
지친 마음을 부비고 싶어한다. 때로는 그것이 상대방에게 또다른 힘겨움을 전해줄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치 못한채로.
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은 모습으로 되돌아오게 되고... 그 순간부터 자기 자신의 성벽이 무너져감을 느끼게 된다.
지나쳐간 시간이 과거라는
이름으로 변하여 추억이란 화려한 옷을 입고 찾아와 그 남자를, 혹은 그여자를 유혹한다.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지친 마음으로 말한다. 이미 지나간 것일뿐인데...라고.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간거지?
"연극할 마음이 필요한가요. 연애하는데?"
"필요하죠!"
"부부사이에도?"
"사람에
따라서는 필요할 겁니다. 연극으로 서로에게 맞춰줄 필요도 있겠죠"
연애를 하든 사랑을 하든 연극할 마음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저
나한테로만 향하던 시선과 관심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내가 아닌 너와 내가 되고 우리가 되고 더 나아가 가정이라는 하나의 울타리가 생긴다.
그때부터 '나'라는 의미는
사라지기 시작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집착 또한 버리게 되니 그 또한 서글프다.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인해 다툼이
시작되고 작은 다툼이 커다란 전쟁으로 번진다. 승자없는 싸움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가 패잔병이 되고나서야 그 전쟁은 끝이 난다.
'툭' 하고 던지듯이 뱉어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끝처럼 나를 후벼댄다. 싫다. 이렇게 패잔병처럼 살아가는 내가 싫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몸살을 앓는다.
앓고 난 뒤에야 나는 모든 것을
버린다. 아니 버리기로 작정을 한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의 사적 생활은 모두 고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나 자신의 존재조차 없어지고, 고의 사적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나는 겨우 살아 남았을 뿐이다, 라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게 더 속편하다.
그렇게 하면 내가 편하니까. 그렇게 살아주는 게 차라리 서로에게 더 좋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자꾸만 말을 잃어가고 있다.
달라진 건 없는데...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그대로인데... 뭔가 남자와 여자사이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대화를 잃어가고 있다. 한참이 지난후에야 묻게 된다. 왜 그러는거지?
도대체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아온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간거지? 당신이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지? 말해봐. 도대체 뭐가 문제야?
영원히, 대충대충, 계속
살아질까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순간도 올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나, 이제 아기
낳아야 해? 하고 묻던 노리코의 마음이 어땠을까? 노리코가 독자 여러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던 작가의 말이 참 쓸쓸했다.
나는 이미 노리코의 친구가
되어버렸는데... 드디어
연기자의 사적 생활로 돌아온 거네요, 하면서 노리코의 아픈 일들을 이미 알아채고 웃어주었던 나카스기씨가 노리코 옆에 계속 남아있어주면 좋겠다.
살면서 왜 좋은 일만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살면서 왜 너와
나만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살면서 서로에게 동화되어지는 여정을 왜 함께 가지 못했을까? 형식과 조건앞에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숨김없는 표현을 하며 살았던
노리코. 그녀의 입에서 진심을
담은 말들이 튀어나오던 순간부터 그 아슬아슬한 연극은 막 내릴 준비를 한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만났던 다나베 세이코. 역시 편안하다. 나를 책속의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있다.
오늘,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요? 하고 묻는다. 아니요.
하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너무나 평범한 작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도
내게 머무는 동안은 아주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된다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귀에 속삭여 준다. 그래서 나는 눈물이 날뻔 했다.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의 아픔을 돌보듯이 상대방의 아픔도 돌볼줄
알아야 한다고. 남자든 여자든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똑같다고. 앞으로의 여정은 알 수가 없다. 내가 내 자신과 어떻게 타협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문제일뿐.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혼신을 다해 연극을 이끌어준 노리코의 아픔은
어디로 숨었을까? 정말 힘겹게
연극무대에서 내려온 노리코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진다. 다시 찾은 노리코의 사적인 시간을 위해 화이팅! ...
2007년에 읽고 다시 읽은 책이다. 전해져오는
느낌이 변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공감할 수 있었다는 말일터다. 책을 읽으면서 치유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에게
사적인 시간은 필요하다. 자신만의 그 무엇을 가슴에 하나쯤 품고 살 필요는 있다. 결혼은 집착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만이 결혼이라는 성을 견고하게 만든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