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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아니, 실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슬프게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의 인권 따위는 침해해도 상관없다고 믿는,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목숨조차 상관없다고 믿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유능하다는
소릴 듣는다.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성공한다.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이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 작가의 말)
작가의 말을 빌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미리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어쩌면 이 책의 성격을 말하고 있는 일일수도 있어서. 하지만 작가의 말속에서 이 책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안타까워하는 그런 일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어디
한군데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
일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목소리를 높여 인권을 이야기하고 저마다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그 주장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배려와 책임의식은 전혀 없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한 주장이며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오로지 나
하나만의 이익과 편리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는 의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이제는 그것이 언제 터지나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한참동안 책을 손에 쥐고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감정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도저히 맨얼굴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 가면이 벗겨져 자신의 맨얼굴이 남들앞에 드러날까봐 조바심을 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현실은, 참 피곤하다. 책속에서 마주친 여러 얼굴위에 덮혀져 있던
가면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맨 얼굴은 참혹했다. 더이상 잃을것도 없는 순간이었음에도 그들 모두는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했다. 극해라는
말속에서 한계점에 도달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더 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을.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긴장하게 된다. 탄탄한 글의 짜임새 때문인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숨을 가다듬게
된다. 몰입될수록 가슴 한켠이 졸아드는 것만 같아 답답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라고. 그리하여 이
아름다운 지구가 정화되어져야만 한다고. 놀라웠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이나 강렬하게 메세지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세계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작가의 이력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전시라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매순간 운명이 바뀌게 되는 포경선 유키마루. 잠시의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사건들이 엉킨 실타래를 풀 듯 그렇게 내 앞으로 끌려와 풀어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인간의 숨겨진 본성은
읽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두사람만 있어도 서열을
가려야 한다는 부질없는 인간의 속성이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파이이야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강자에게 밟혔던 약자조차도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서로가 또다른 강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 어쩌면 인간만의 진실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이야기의 속도감이 이채로웠다. 다시 작가의 말로 돌아간다.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이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게 지금의 문제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강한 여운으로 남았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는 없다. /아이비생각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나는 서점을 뒤질 것 같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