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미헬 파버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결국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보게 된다. 같은 이름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보이지만 크게 기대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솔직하게 말해 책으로도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탓이다.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인이 등장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계인의 이야기가 아님을 금새 눈치챌 수가 있다. 부조리한 기업과 끝없는 탐욕을 내세우는 인간들의 갖은 행태가 책속에서 가감없이 보여지고 있음이다. 주인공 이설리라는 여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빨간색 도요타를 운전하며 히치하이커를 찾아 다닌다. 하지만 그녀가 차를 얻어 타고자 하는 모든 히치하이커를 태워주는 건 아니다. 차를 세우기 전에 히치하이커의 몸상태를 관찰하고 그가 쓸만하다 판단이 되면 그 앞에 차를 세운다. 그리고 나서 그가 사라져도 찾을 사람이 없는지를 탐색한다. 그러니 그녀에게 먹히는 사람의 부류는 뻔하다. 이 사회에서 버려지거나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부류들이다. 그녀에 의해 농장으로 잡혀간 그들은 얼마간 사육되어지고 육가공품이 된다. 끔찍하게도!

 

별다른 감정과 느낌이 없는 그녀의 직장 동료들. 그들이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이는 풍경속에 그녀의 직장인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직업을 얻기 위해 희생당해야 했던 그녀의 육체를 상상해보는 맛도 그다지 나쁘진 않지만 원래 아름다웠던 육체를 희생함으로써 얻어진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일에 대한 회의감과 외로움으로 바닷가를 서성이고 내리는 눈의 아름다움에 도취될 수 있는 그녀의 짧은 감성을 통해 알 수 없는 아릿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간을 사냥하고 그 고기를 먹는 외계인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외계인의 이야기가 아닌 탓일게다. SF소설이라는 이름을 빌려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 왠지 내안의 감정들이 서걱거린다.

 

어느날 찾아온 기업의 후계자 암리스 베스와 함께 지구의 한순간을 느끼는 장면은 이채로웠다. 문득 문득 찾아오는 일에 대한 회의감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이설리에게 그의 존재는 작은 돌멩이처럼 그녀의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가 떠나고 그녀 역시 어디론가 떠나지만 그녀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힘없는 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커가는 기업들, 누군가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 버려지거나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사회의 약자들, 어쩌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지탱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수레바퀴...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밟힌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들을 밟고 일어선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닐까 싶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