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법 -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김종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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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라는 책표지의 글에 눈길이 갔다. 경전선이라면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기차를 말하는건가? 책을 펼치면서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책은 더디게 읽혔다. 아니 느리게 읽혔다. 빨리 달려갈 수가 없었다. 여행자의 발걸음과 시선을 따라가자면 나 역시 빨리 갈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만큼 느낌이 강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감동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천천히 젖어드는 그 알 수 없는 느낌이 참 좋았다. 이 사람, 여행하면서 참 행복했겠다 싶었다. 아니 여행을 참 행복하게 하는구나 싶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라는 경전선을 타고 그 느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작정하고 떠나지 않는다면 감히 도전하기가 쉽진 않은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간 여행자의 발길이 뒤에 오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소망은 분명히 이루어질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행은 단순히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로 옮겨가는 여정이다.' 라는 말이 참 좋았다. 경전선에 아직도 이름이 남아 있는 곳이 모두 60개라 한다. 그중에서 현재 기차가 서는 역은 34곳, 그나마 6곳은 무인역이라 한다. 기차가 서지않는 기차역은 쓸쓸할까? 이제 완전히 문을 닫아버린 역사가 16곳이나 된다고 하니 왠지 서글픈 기분마저 든다. 이렇게 이야기가 있는 여행기를 읽는다는 게 참 좋았다. 마치 잔잔한 소설책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해서 하는 말이다. 글쓴이의 말처럼 장소와 장소만을 이동하는게 아니라 발길 가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에서 찾아낸 작은 이야기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소소한 그 풍경들이 내 눈에도 보이는 듯 했다. 완사역에 내려 다솔사를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여행자의 말처럼 茶여도 좋고 多여도 좋다. 松이면 어떻고 率이면 또 어떠랴 싶다. 그가 보여주는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나는 어느새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독립선언서와 등신불이 태어난 곳, 다솔사를 기필코 한번은 찾아가 보리라 한다. 득량역에 내려 밤이면 모두가 도망가버리고 만다는 그 강골마을의 바람소리를 나도 들어보리라 한다.

 

어디서 내리지? 고민하는 여행자의 그 마음이 느껴졌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한장 받아들고 어디를 가야할지 정하는 여행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기차가 버린 기차역의 옛모습을 보면서, 시골장터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면서, 그의 마음은 따스해졌을것이다. 이 책속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시골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의 발걸음속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어 더 뜻깊은 여정이 되었다. 그가 찾아갔던 작은 문화재들은 이채로웠다. 맛집순례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직 가보지 않았거나 미처 가보지 못한 작은 마을의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시골장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반가운 여행기가 될 듯 하다. 앞선 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가는 길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지는 곳을 찾아다닌 까닭이다.

 

"지상에는 본래 길이 없고 그곳을 걷은 사람이 많으면 길이 된다" 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1년동안 묵묵히 길 위에 섰을 뿐이라는 글쓴이에게 다독임을 전하고 싶어진다. 뒷꼭지에 덤으로 달아준 경전선의 기차 시간표가 고맙다. 다른 꿈보다도 여행에 대한 꿈을 생각할 때마다 늘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여건이 주어진다면 사찰순례를 하고 싶다고, 그리고도 허락된다면 섬순례를 하고 싶다고. 아주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시간속에서 그 꿈만큼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또 욕심을 부린다. 나도 저렇게 느리게 가는 기차를 한번쯤은 타보고 싶다고. 어딘들 가면 안좋을까? 그 안에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다면 더 좋겠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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