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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시 걷고 싶은 길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의 엮음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둘레길, 마실길, 솔샘길, 올레길, 물래길, 갯골길, 나들길, 하늘길, 솔바람길, 물안개길, 느린꼬부랑길, 소나무숲길, 소리길, 동백길, 어라연길, 탐방길,
숲길, 산길, 해변길, 강길, 옛길, 숲속나들이길... 하이고야, 길이 많기도
하다. 소나무숲길이야 소나무숲으로 난 길을 걸어가니 소나무숲길일테고, 솔바람길이야 소나무숲길에서 솔바람을 만나니 솔바람길일 것이다. 동백길이나
어라연길, 물안개길이나 갯골길과 같은 이름안에는 이미 그 길에 대한 특징이 담겨
있으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렇게 따지자면 정말이지 우리나라 곳곳에는 같은 이름의 길들이 빼곡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린꼬부랑길이란 이름은 왠지 개성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속도를 다시 조율해서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다는 그 길을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한다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걷기 열풍이 불더니 이렇게 걷기를 여행으로 만든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건 자연스러웠던 옛길을 조금은 작위적인 길로 다시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데크길이라 말하는
걷기 좋은 길들은 솔직하게 말해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열풍으로
자전거길도 엄청 많이 늘어났다. 해마다 여름이 지나고나면 애써 만들어놓았던 길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TV의 화면을 장식하곤 하는데 굳이 저렇게
돈을 들여가면서 자연을 파괴해야만 할까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모든 것을 인간의 기준에 맞추다보니 그런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 것이다.
인간의 기준보다는 자연의 기준에 먼저 다가가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애써 돈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는 정말 멋진 길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책제목 때문에 손길이 갔다. 다시 걷고 싶은 길... 다시 걷고 싶다는 말은 그만큼
좋았다는 말도 될테니 다녀온 길을 음미하며 글을 썼을 여행작가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미루어 짐작해보니 나까지도 왠지 흐뭇해진다. 좋은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었어도 좋았을테고, 오롯이 혼자서 바람을 느끼며 숲향기를
느끼며 걸었어도 좋았을 게다. 오래전에 문경새재 옛길을 걸었을 때가 생각났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서 힘든지 모르고 걸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은 지금까지도 내게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왕릉길을 많이 추천하곤 하는데
왕릉이야말로 걷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어서다. 김유정의 문학을 따라가는 실레이야기길도 좋았었고, 소래포구를 거치며 갯내음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갯골길도 좋았었다. 사찰을 끼고 걸었던 마곡사 솔바람길이나 사랑나무와 만날 수 있는 가림성 솔바람길도 온전히 다 걷진 못했지만 행복한
기억중의 하나다. 꽃을 따라 걷든 나무를 따라 걷든, 강이나 바다를 곁에
두고 걷든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 어디서든지 행복할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그 시간이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도 보면서, 가끔은 함께 가는 이와 눈맞춤도 하면서.... 여기 소개된 많은 길을 다 걸어볼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다. 몇 시간쯤, 행복한 걷기 여행이란 말이 참 좋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