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수양대군원로대신인 황보 인, 김종서을 살해하고 정권을 잡은 사건을 일러 계유정난이라 한다. 靖難이라 함은 나라가 처한 병란이라거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한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역모가 어찌하여 靖難이 되었던 것일까? 명태조 주원장은 왕실의 안녕을 위하여 공신을 배제하고 종실의 황자 25명을 전국 요소에 영주로 보냈다. 그러나 태자가 일찍 죽고 어린 손자인 혜제가 건문제로 즉위했다. 흥미로운 것은 건문제가 할아버지 주원장의 유지에 따라 숙부들에게  문상을 오지 말라고는 사실이다. 너무나 커져있던 숙부들의 세력을 끊으려 억압책을 취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간신을 제거하여 왕실이 처한 위험을 제거한다" 는 이유로 연왕이 북경에서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 건문제가 실종되자 스스로 제위에 올라 '영락제(3대황제)'라 칭했다. 간신을 몰아내고 난을 다스렸다하여 '靖難'이라 일컫고, '靖難史'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중국에 전한다. 사신으로 갔던 신숙주를 회의하기 위해 수양대군이 들려주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종이 죽고 어린 단종이 즉위를 했지만 수렴청정을 할 사람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세종의 후궁 혜빈 양씨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던 듯하다. 그러니 이미 선대왕으로부터 자식의 안녕을 부탁받았던 김종서나 황보 인등에게 정권이 넘어갔다고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수양대군에게는 이것이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린 단종부부에게는 평생을 한으로 남을 운명의 올가미가 되었을 거라는 말이다. 이 책속에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하나 더 보탠다면 단종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 치욕적인 삶을 살아내야 했던 단종비의 애끊는 사랑이 절절하게 녹아있다.

 

청령포로 유배갔던 단종이 죽자 동강에 버려진 시신을 모셔 장사 지낸 후 도망을 갔다는 영월사람 엄흥도와 그의 자식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슬프다. 눈물 없이 소리만 큰 호號도, 눈물과 소리가 함께 있는 곡哭도 하지 못하여 소리없는 읍泣으로 눈물만 뚝뚝 흘렸다던 단종비의 말이 서럽다. 이후에 엄흥도는 단종의 옷가지를 수습하여 동학사를 찾아가 김시습과 함께 제사를 올리 후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러니 어찌 이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처럼 이 책속에는 수많은 野史가 숨겨져 있다. 그것을 하나 하나 찾아내어 그 의미를 반추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세조를 가리켜 '나으리'라 하였다는 박팽년의 말에 세조가  "그대가 나에게 이미 '臣'이라고 칭하지 않았느냐?" 고 하자, "나는 상왕(단종)의 신하이지 나으리의 신하는 아니므로 충청감사로 있을 때에 한번도 '臣' 자를 쓴 일이 없다." 고 대답하였는데 충청감사 때 올린 장계를 실제로 살펴보니 과연 '臣'자는 하나도 없없다는 이야기, 고문을 받으면서도 성삼문이 세조가 준 녹祿은 창고에 쌓아두었으니 모두 가져가라 하였다는데 그가 죽은 후 집에 가보니 정말 그랬다는 이야기, 단종의 폐위소식을 듣고 스스로 책을 불태워버린 후 머리깎고 바랑을 짊어진채 방랑의 길에 올랐다는 김시습의 일화, 세조가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일화, 단종비가 정업원으로 들어갔으니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옷감에 물을 들이는 염색일을 하였다는 일화도 책속에 전한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건 아닌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애당초 어리석은 일도, 결국 그 이치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닐는지요... ( -130쪽)

​책을 다 읽고 다시한번 되새겨보는 말이다. 김별아, <미실>의 작가로 더 유명한 이름이지만 나는 사실 <미실>을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끌림이 없으면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나의 습성탓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야 '미실'이라는 여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궁금해진다. 느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겨나는 건 왜일까?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를 찾아 서울 시내를 누볐을 그의 발자취를 나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49란 숫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진행이 왠지 나쁘지 않았다. 49재를 떠올리게도 한다. 죽은 뒤에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는 마음,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그런 아픔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오롯이 담은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죽으면, 몸을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간다는 魂과 시신과 함께 땅속에 묻힌다는 魄으로 나뉘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 魂이 자신이 살던 몸, 魄을 내려다보며 시작하는 그 넋두리가 처음부터 나의 마음을 빼앗아간 것 같다. 혹시나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鬼가 되지는 않았느냐고 지아비였던 단종에게 담담히 묻고 있는 그녀의 말투가 진정 서글프게 다가왔다. 그녀의 넋이 누구의 제재도 없이 시간을 다시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말하고 있는 설정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잔잔한 감동이 있다. 너무 흔한 소재, 너무 흔한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진실로 안타까운 그런 것.....알 수는 없지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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