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김태진 전문기자의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
김태진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평점 :
우리집 애마는 작은 차지만 큰 기쁨을 준다. 이쯤 이야기하면 대략 어떤 차인지 짐작할 것이다. 가끔 큰 차를 갖고 싶지 않느냐고 넌지시 묻는 남편에게 나는 그냥 피식 웃곤 한다. 그런쪽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두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전자제품도 기능 많고 모양만 요란한 걸 싫어하는 내 성격에는 작지만 큰 기쁨을 주는 차가 딱이다. 자동차를 이야기하다보면 항상 떠오르는 실화가 하나 있다. 어느 대사부부가 마티즈를 끌고 호텔에 갔는데 나올 때에 보니 차가 보이지 않더란다. 그래서 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묻자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저 귀퉁이 어디쯤에선가 차를 꺼내오더라는 이야기다. 실용적인 것보다는 겉치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던 그 대사부부의 말에 한동안 가슴이 아렸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겉치레에 속지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려는지... 또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20대에 만난 후배 하나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언니, 나는 40대가 되면 모피코트를 입고 벤츠를 운전할거야.." 그녀의 희망사항은 지금 이루어졌을까? 가끔 만나면 내가 반놀림으로 묻는다. " 벤츠 어디다 세워두고 왔니? " 그만큼 좋은 차, 멋진 차는 사람들의 꿈인 모양이다. 하지만 조심해야만 한다. 벱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했으니. 각설하고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건 아니다. 내노라하는 차들에 대한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으니 일단은 호기심의 문을 활짝 열어놓으시라. 눈이 호강할 수 있도록 멋진 차의 이미지 또한 가득하다.
글쓴이가 자동차 전문기자이다보니 좋은 차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단다. 그런데 그가 이러이러한 차가 좋다고 말하면 대개의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말이 재미있다. 멋진 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그 이름들이 아닌 까닭이라고 하니 그러면 그렇지 싶어 나도 실소를 터뜨린다. 형편에 맞아야 한다는 글쓴이의 말에 백번 동의하고도 남음이 있음이다. 얼마전 뜨겁게 화제로 떠올랐던 람보르기니 사건이 떠오른다. 장난감처럼 예쁘게 생겨서 그 위에 올라가 놀았을 뿐이라고 말하던 그 꼬마녀석들의 마음값, 다시말해 수리비가 1억원이 넘는다는 말에 나는 그만 입이 떠억!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 그 차의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였다. 그렇게나 좋은 차를 어떻게 주차장에 세워둘 수 있었는지, 착착 접어서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거실에 펴놓을 일이지 왠 민폐란 말인가? 이 책속에 등장하는 차의 이름들은 나도 들어는 봤다. 람보르기니라는 차가 '자동차 마니아의 드림카' 라고 되어 있는 걸 보고 그제서야 아하! 했다.
BMW, 랜드로바(이 차는 놀랍게도 농부를 위한 차였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아우디, 재규어(마크가 생동감 있다), 페라리, 포르쉐, 폭스바겐(딱정벌레차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푸조-시트로엥, 제네럴모터스(우리의 대우자동차를 먹어버린 GM이다), 크라이슬러-지프, 포드, 닛산, 스바루, 토요타, 현대기아차, 혼다... 많기도 하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에 우리나라도 있다고 하니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해보인다. 그 많은 차에 대한 소개 또한 굉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하게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써의 한국차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생김새 하나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는 특색있는 디자인도 그렇지만 저마다 얼굴에 문신처럼 달고 다니는 마크가 눈에 띈다. 문득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속에 등장했던 차들이 생각난다. 그 영화때문에 나는 노란차 범블비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었다. 회사명인지 브랜드명인지도 잘 모르던 나인데도 모형차라도 갖고 싶어서 얼마나 애를 태웠었는지... 되돌아보면 우습기도 하고.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좋은 차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형편이나 주변(차를 운전할 수 있는)에 맞추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여러가지 형편에 맞는 차가 좋은 차라는 글쓴이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