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 쉬운 한 그릇 요리 - 간편해서 좋아
함지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7월
평점 :
이 더운 여름, 가스불을 켠다는 사실부터가 나를 끔찍하게 만든다. 불을 켜는 순간부터 요리가 다 끝날때까지 완전 찜통이다. 그렇다고 뭐 그렇게 새로운 걸 해먹는 것도 아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밥상과의 전쟁. 시장엘 가서 두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이렇다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다. 그게 그거다. 하기사 일년삼백육십오일을 날마다 새로운 걸 해 먹을 수는 없는 일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뭘 해먹지? 뭐가 맛있을까? 고민하는 게 주부의 특권인양 그렇게 먹는것과의 전쟁은 끝이 없다. 더구나 나처럼 요리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무시할 수 없는 고민중의 고민일 터. 먹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 아내와 엄마를 만나 못얻어먹고 산다는 말 듣게 될까봐 나는 안먹어도 우리집 두남자에게 식성을 맞춰 밥상을 차리다보니 내게는 정말이지 고약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이 내게 주는 유혹의 기대치가 얼마나 컸을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밥, 반찬, 국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오직 한 그릇에 부려담아 제법 그럴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정말? 어떻게? 기대반 의심반으로 책을 펼친다. 와~~ 많다. 정말 많은 종류의 요리가 펼쳐진다.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나는 뭘 해먹었을까? 남편을 위해서 혹은 아들을 위해서 내가 했던 것은 무엇이 있을까? 父子가 같은 식성인지라 해주는 요리는 뭐든 잘 먹어 그 맛에 나도 요리를 하지만 문득 그동안 뭘 해먹고 살았나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저것 하기 싫을 때 가장 만만하게 해먹는게 볶음밥이고 비빔밥이다. 냉장고에 있는 신김치랑 감자랑 양파랑 그 밖의 채소들을 송송 썰어 볶음밥을 해 먹거나, 나물 서너가지 무쳐서 들기름 살짝 둘러 그 위에 달걀후라이 하나 얹어주면 두말없이 잘 먹는 까닭이다. 거기다 하나 더 보탠다면 남편이 좋아하는 비빔국수, 아들이 좋아하는 들깨수제비, 그리고 아들녀석과 내가 함께 잘 먹는 스파게티쯤이랄까?
쭈욱 살펴본다. 사진만 봐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있고 이렇게도 해 먹는구나 싶은 요리도 눈에 띈다. 집에서 쉽게 만드는 기본 육수와 양념은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지 한다. 그런데 문제는 책에 나와 있는 요리들이 말처럼 쉬운 요리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뭐든 전문가 입장에서 말하는 것과 초보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에는 묘한 차이가 있는 게 분명한 까닭이다. 많이 해 본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더 많다. 그러니 나처럼 요리 못하는 주부가 도전하기엔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결코 간편한 식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딱 20년차 주부다. 대충대충 요리실력이다보니 계량컵을 사용하기보다는 이정도면 되겠거니 하는 짐작으로 요리를 한다. 딱히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날마다 특별한 음식을 해 먹지 않아서일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새로운 걸 해먹이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을텐데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말았다. 내겐 그렇게 쉬운 한그릇 요리로 보여지지가 않아서.
오늘은 뭐 해먹을까? 우리집 두 남자가 제일 싫어하는 질문이다. 제발 묻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해 줘. 처음엔 그래도 먹고 싶은 걸 말하더니 며칠 못가 아예 묻지도 말란다. 가끔씩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일 뿐이다. 그 가끔하는 도전에 성공하게 되면 자주 해먹는 요리목록에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그것만 해먹는 건 아니다 ^___^. 다시한번 책을 펴본다. 일단 메뉴가 많으니 좋긴 좋다. 이거, 내가 한번씩은 다 해먹어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혹시 또 모르지, 아들녀석이 해달라고 한다면... 갑짜기 팥칼국수가 먹고 싶어진다. 이 더운 날씨에 웬 팥칼국수? 남이 해주는 요리는 뭐든 맛있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나 다시 웃는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