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세계사 - 제멋대로 조작된 역사의 숨겨진 진실
엠마 메리어트 지음, 윤덕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강제 수용소'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 '강제 수용소'라는 말과 '집단 학살 수용소' 라는 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썼던 그 말은 주로 감금을 목적으로 사용했던 곳이고,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 바로 '집단 학살 수용소'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당연한듯이 강제 수용소라는 말을 썼을까? 더군다나 아우슈비츠보다 더 비인간적이었던 곳이 훨씬 많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유독 아우슈비츠만 배워야 했던 것일까? 한가지 예로 들어 이야기 한 것이지만 우리가 배워왔던 것에 대한 오류는 상당히 많다. 그 오류를 바로 잡겠다고, 혹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도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때로 난감해지기도 한다.

 

이 책 역시 그런 오류를 바로 잡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세상에 나온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이런 류의 책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제에 눈길이 가는 것은 내가 믿고 있었던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고 하지 않는가? 한번 믿었던 것을 부정하고 버려야 한다는 걸 두려워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래전 프랑스의 사형 집행 방법이었던 길로틴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일테지만 그 사형도구를 만든 이가 길로틴 박사가 아니라 독일의 악기 제작자이자 엔지니어였던 토비아스 슈미트였다는 것과 처음에는 루이송으로 불렸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오죽했으면 길로틴家에서 단두대의 명칭으로 길로틴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청원했겠는가 말이다. 결국 그 집안은 아예 가문의 성을 바꾸었다고 하니 한번 결정되어져 많은 사람의 일상속에 자리잡게 된 것을 바꾼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미국과 호주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보내졌던 죄수들로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그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형벌제도가 바로 죄수 유배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몹쓸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식민지 유배가 영국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들을 버렸던 건 어니었다. 비록 범법자들이었지만 그들을 여러 방면으로 배려했다. 그들이 타고 갈 배의 점검은 물론이고 병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질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도 했다. 항해 도중 죄수들의 생활도 그랬다. 종교생활도 허용되었고 일정량의 레몬주스를 지급해 괴혈병 예방에도 힘썼다고 한다. 더구나 그들은 강제 수용소에서 죽도록 노동에 시달렸던 것도 아니라 한다. 물론 규율이 매우 엄격했다고는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기능에 따라 작업을 할당 받았다는 사실은 꽤나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허구에 진실이 묻힌다는 거였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변질된 오류도 물론 있겠지만, 영화나 소설과 같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소재들이 마치 정말로 그랬었던 일인양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껄끄럽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검투사는 죽을 때까지 싸웠을까?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던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싸움처럼 서부 개척시대는 정말로 무법천지였을까? 놀랍게도 정답은 그렇지않다! 였다. 영화를 통해 그렇게 믿고 싶어했고, 또 그렇게 믿었을 뿐이다. 추수감사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와 같은 의문점들이 이 책속에 많이 담겨있다. 사실과 허구는 종이한장 차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싶은 것만 보려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고, 한번 믿은 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우리 생각의 오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질기고 더 깊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과 오만이 더 많은 오류를 만들어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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