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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다지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 권의 책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3년 2월
평점 :
' if ' ... '만약'이라는 말은 왠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만약에 내가, 만약에 당신이, 만약에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꿈꿀 수 있는 일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현실에서는 되지 않는, 혹은 될 수 없는 일들은 '만약'이라는 말을 앞세우면 신기하게도 마술을 부린다. 부질없는 꿈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니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기발한 상상력이지만 아마도 정말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역사의 한 단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자가 아무리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 말해도 우리는 다 안다. 그사람이 바로 소현세자라는 것을.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면서도 굳이 상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작가의 '비극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는 말 한마디가 작은 울림을 전해준다.
' 幻多志 '... 많은 사람을 꿈꾸게 하라! 이 멋진 말이 불러왔던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왜? 그것은 간단하다. 아무리 상상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없이는 나올 수 없는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은 책을 읽을수록 깊이 빠져들게 한다. 비록 그 일곱 권의 책이 역사에는 없는 책이라 할지라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을법한 시대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당장의 안위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서 스스로를 닫아버렸던 조선의 지식층들에게 열린 시각이 조금이나마 있었더라면 아마 그 후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일찌감찌 실학에 눈을 뜬 지식인도 있긴 했지만 그들이 걸어야 했던 길은 너무 험난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일곱 권의 책제목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개개인이 재능을 뽐내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준다는 명경 유투보 愉透寶.. 지금의 유튜브YouTube 와 비슷한 발음이라니! ⊙_⊙; 달을 점령하기 위해 선진국과 기술을 겨루는 飛月車는 또 어떻고? 당장에라도 책속에서 요즘 대세인 싸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또한 우리가 나로호 발사를 성공했던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작가가 추리해 낸 그 일곱 권의 책속에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니 그 시대에 그런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었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청국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일시 귀국했던 세자가 암살당하면서부터다. (실제로도 소현세자가 독살당했다는 이야기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동생에게 이상한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와 같던 그 유언의 속내를 찾아내고 싶은 대군 '휘운'은 세자가 되고 형님이 꿈꾸던 세상을 알게 된다. 백성을 꿈꾸게 하기 위해 책을 만들었으나 그 책이 묘하게도 자신을 향한 칼날이 되었지만 그 목표만큼은 살아 있었다. 세자가 꿈꿨던 세상이, 백성을 꿈꾸게 하라던 그의 목표가 주는 울림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엉킨 실타래의 끝을 쥐고 있는 '설'과 세자의 동생 '휘운'의 러브스토리는 애틋한 덤이다. 소현세자와 세자빈강씨는 당시의 조선과는 어울리지 않게 열린 마음을 가졌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비록 볼모의 신세였으나 나름대로의 처세술이 대단했던 두사람의 죽음은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땅을 칠 일임에 분명하다. 생각지 못했던 마지막 반전에 허를 찔렸다. 역사에 대한 담담한 꾸짖음처럼 들리기도 하는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바로 그 마지막 반전이 주는 놀라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볼 때마다 안타까웠던 우리 역사의 아픔 한쪽을 이렇게 치유할수도 있구나 싶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비생각
"눈이 더러움을 잠시 덮어주는 것 같이 보이지만, 눈 밑의 추악함은 그대로입니다. 눈이 녹으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되어 있지요. 눈 같은 정치를 원하십니까? 전 저하께서 비 같은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이 반드시 버려야 할 과거의 정치적 아집, 편견, 광적 집착과 당쟁을 비처럼 씻어내십시오. 비가 내릴 땐 잠시 스산하고 추적거릴지 모르나, 비 내린 후의 청명함은 눈 녹은 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