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체성 -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박석희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지방으로 답사를 가게 되면  그곳에 상주하는 해설사를 찾게 된다. ( 요즘엔 어딜가나 상주하는 해설사가 있다! ) 물론 찾아가는 곳의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해설사와 동행하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편하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한번은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해설사가 없어 혼자 보아야 했는데 나오는 길에 해설사와 마주쳐 다시한번 돌아봤던 경험도 있다.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해설사가 자리에 없으면 자료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감함이 앞선다. 그만큼 우리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일터다. 그런데 해설사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그 사람만의 특징이 있다.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역사책을 읽어주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름대로의 생각이 담겨 있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해설해주는 쪽에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그 두가지 해설의 장점을 모두 갖춘 듯 하다. 도심에 살면서 경복궁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굳이 답사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마 경복궁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경복궁을 배경으로 우리문화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미 범했던 잘못된 정보에 대한 오류는 지금도 많이 수정되어지고 있는 단계지만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새롭게 정리할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경복궁에 몇 번은 더 가봐야겠다고..

 

입장권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안내자료가 보인다. 많이 꼼꼼해지고 부드러워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 안내자료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어느정도는 해설사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내가 늘 느끼는 안타까움이지만 이 책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경복궁을 찾는 이들의 자세다. ( 어디 경복궁뿐일까? ) 체험학습을 이유로 경복궁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준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너무나 크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되돌아 생각해보면 내 나라의 문화유적에 대해 우리가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찾아오는 외국인들 역시 우리문화유적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책속의 내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 싶다. 경복궁을 제대로 보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느 곳에서 바라보면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찾아보아야 하는지 세세하게 안내를 해 주고 있다. 요소요소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잘못된 정보의 오류를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가끔씩은 관리하는 쪽과 관람하는 쪽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슬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하루만에 경복궁을 다 보려고 하지 말라는 의견에 나도 동의한다. 시간에 쫓기면서 다 보려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두세번 들러보기를 권하는 그 마음이 어느정도는 이해되는 까닭이다. 그렇게 여러번을 갔어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곳이 내게도 있으니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책속의 말처럼 닫혀진 공간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굳이 저렇게 문을 닫아놓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문화를 바라보고 찾는 이의 마음, 관람하는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그런 곳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듯이 그렇게 번듯하게 축하의 분위기를 띄우며 왕이 되었던 이가 바로 세종이다. 거기다 태평성대라는 말과 함께 성군이며 대왕이라는 호칭으로 우리에게 불리워지는 분이니 그를 통해 조선의 정체성을 찾아보자고 한 의도를 조금은 가늠해보게 된다. 곳곳에서 세종대왕의 성품을 알 수 있는 일화가 보인다. 여러방면으로 마음을 쓰셨던 분이니 그만한 업적은 당연하다 싶다. 법궁이었으나 270여년간을 비워두어야 했던 경복궁.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 했으나 일제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야만 했던 경복궁. 그 경복궁이 법궁이었을 때 조선은 태평성대였다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지금도 복원중인 경복궁이 온전히 옛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지... 경복궁에서 찾고자 했던 조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무언가의 속을 들여다본다는 건 결코 만만찮은 일임에 분명하다. 하물며 우리의 역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책표지에 적힌 글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 儉而不陋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나 사치하지 말라!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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