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노예의 역사 - 5천 년 노예제도를 말하다 주제로 읽는 역사 시리즈 1
마조리 간.재닛 윌렌 지음, 전광철 옮김 / 스마트주니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하인'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말의 의미만 따진다면 '아랫사람'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하인'이라는 의미는 그게 아니다.  팔순을 넘기신 우리 어머니께서 가끔  "참, 그때는 정말 너무 했었지.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다룰 수가  있었는지.... 저보다 한참을 더 산 노인들한테도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한 일이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끝나지 않은 노예의 역사라는 말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았다. 사실이 그럴거라고, 어쩌면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공간속에서도 그 '노예'라는, '하인'이라는 의미가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을거라고 인정하게 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저와 같은 부족을 팔아 넘기는 것도, 부모가 자식을 팔아 넘기는 것도 있어서는 안될 일임에 분명할텐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착취'라는 말과 동행하는 하인이나 노예라는 의미속에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숨길 수 없은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에 '뿌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평화롭게 살던 아프리카 고향 땅에서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끌려와 노예시장에서 거래가 되었던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를 그렸던 드라마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끝도없이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그의 꿈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예전의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는 여러번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끝내는 발가락까지 잘리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 책의 서두에서 언급되었던 프랜시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결국 자유를 찾았으나 그 괴로웠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은 어디에서도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는 건 무섭고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인류의 문명이 가증스럽다.

 

5천년의 노예제도를 말한다는 소제목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도 오랜 세월동안 멈추지 않고 행해졌던 그 야만적인 행위를 모르는 척 외면했었던 수많은 사람의 행태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성경에도 기록되어졌다는 노예의 역사는 더욱이나 그랬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어진 부분은 지금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우리의 단면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마치 인류의 편리함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듯이 이름만 바꾸고 형태만 바꿔서 우리 주변을 맴도는 서글픈 노예의 역사는 어쩌면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일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전에 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마야문명전>이 떠올랐다. 우리의 역사속에도 존재하는 '순장'이라는 못된 풍습도 그렇지만 제물로 바쳐지거나 한순간의 재미를 위한 도구로 취급을 받았을 노예의 또다른 모습이 생각나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인권'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은 아닐 것이다. 책장을 덮으니 책표지의 간절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을텐데...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는 세상, 하지만 그 자유를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역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책 속의 말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많은 사람이 지금도 노예와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가 만들어놓은 저 '인권'이라는 말의 참의미가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사람으로써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그렇게 아픈 이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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