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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품격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오상현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06년 11월
평점 :
もののあわれ 모노노아와레.... 이 책속에 많이 보이는 말이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쓴 글쓴이의 메세지가 들어있는 말처럼 다가온다. 무슨 뜻일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느끼는 차분한 정감, 이라고 나온다. 다시 찾아보면 애절함이나 무상함이라는 말도 보인다. 'げんじものがたり' 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쓴 용어라는 말도 보인다. 'げんじものがたり' 를 읽어보지 않았으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말이 우리문화의 정서를 표현하는 '情'이라는 말이었다.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이라고 정의 되어진 '情'이라는 말은 저렇게 한마디로 표현되어질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런 뜻일까? 무언가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거 말이다.
가끔 韓中日 세 나라는 문화적인 요소에 있어서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역사를 훓어보더라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은 껄끄러웠던 것은. 자신의 나라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면 한방 날리겠다던 글쓴이의 말처럼 지독히도 절절한 애국심이 묻어났던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번역하고 출판한 이유가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그와같은 애국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질만큼. '국가의 품격'이라는 제목이 약간은 생뚱맞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순간이다.
독서가 중요하다거나, 우리 생활속에 논리나 이론을 철저히 적용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거나, 국제인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보다 우선적으로 국어를 철저히 다져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속의 주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진 않았다.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의 느낌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분명히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체적으로는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초베스트셀러라는 말에 걸맞는 내용이었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나 茶道, 書道, 정원을 가꾸는 일은 우리에게도 먼 그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일본사람들만이 그런것을 할 줄 알며 느낄 줄 아는 것처럼 보여진다. 솔직히 글쓴이가 염려하는 것처럼 우리도 저와같은 일들과 멀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글쓴이가 무사도의 정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글쓴이 역시 옛날의 일본을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만이 강한 나라라는 착각에 빠져 있을 그 때를 말이다.
(物の哀れ)もののあわれ 모노노아와레.... 이 단어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종의 감수성과 같은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신과 자연에 무릎을 꿇는 마음이 있으며, 자기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라든가 금전에 대해서 가벼이 여기는 풍조가 있다는 세가지의 조건(-233쪽)을 갖춘 것이 바로 무사도라고 한다. 그러면서 책의 여기저기에 수많은 일본예찬론을 늘어 놓았다.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나쁘게 표현했거나 한 글 따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저력이 있는 나라이며 끝내는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결론이다. 정말 그럴까? 짧은 한 줄의 문장속에 많은 것을 담아냈던 하이쿠를 쓸 줄 알았던 일본인. 그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줄 알았다는 일본인. 그런 일본이기에 일본민족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은 어쩔 수 없이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생물이다, 라는 토인비의 말을 인용한 부분을 보면서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다면 억지일까? 사실이 그랬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대표적인 민족이 일본이면서 마치 자신들만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글을 보면서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인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향한 어른의 지침서쯤이라고 생각하면 딱 좋을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서글프게도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책장을 덮으니 씁쓸함과 떨떠름함이 밀려온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