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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 중국 최고(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전발평.예태일 지음, 서경호.김영지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4월
평점 :
중국 최고의 지리, 의학, 역술, 보물, 신화의 판타지... 제목부터 쉽지 않다. 고전읽기에 도전한다고 생각했지만 말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고전을 읽을거라 말한다면 이 책만큼은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렸다. 그리고 나 또한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마다할 책이야 있겠는가만 이상하리만치 '古典'이란 말은 도전정신을 불러온다. 왜 그럴까? 이 책을 한번은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아닌 다짐을 했던 건 아마도 신화를 보게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신화라는 게 그 성격이 참 특이해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보니 그 흔한 서양신화보다는 왠지 동양신화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읽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읽고 또 읽고.. 넘겼던 장을 다시 펼쳐 읽고..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길을 잃고 헤매기를 몇 번인지.. 이런 책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지은이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문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한다. 그냥 읽기로 했다. 그냥 읽다보면 무언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겠지 싶어서.
중국 고대의 지리서라고 나온다. 그런데 순전히 지리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디에 가면 어느 산이 있고, 그 산을 또 얼만큼 가면 어떤 계곡이 나오고, 또 거기에는 이렇게 저렇게 생긴 동물이 살고, 그런 동물이 있는가 하면 이러저러한 식물도 산다. 또 그 산이나 계곡에는 이런저런 광물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소개되는 동물이나 식물이 기이하다. 동물의 생김새를 말하는데 이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식물 또한 그저 평범한 식물이 아니라 뭐에 좋고 뭐에 좋다는 약용식물이 많다. 기괴한 괴물들이 저마다의 성격 또한 달라 포악하기도 하고 사람을 잡아 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기괴한 것들을 잡아 먹으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요즘말로 치면 그야말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판타지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 다분히 공상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 어딘가를 가면 이런 부족이 살고 저편 어딘가에는 또 저런 부족도 산다. 뭐랄까.... 걸리버가 되어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 그것도 아니라면 엘리스처럼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그런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따라왔다.
원래 산해도경(山海圖經)이라고 한단다. 지도책인지 그림책도 같이 있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참고나 하자고 찾아보았다. 산해경은 모두 18권으로 산경(山經) 5권, 해경(海經) 8권, 대황경(大荒經) 4권, 해내경(海內經) 1권의 약 31,000字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여 개의 주변국가, 550개의 산, 300개의 水道와 주변국가의 山水의 지리, 風土物產 등의 정보를 수록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체적인 내용이 남산경, 서산경, 북산경, 동산경, 해외남경, 해외서경, 해외동경, 해외북경, 대황서경, 대황남경, 대황동경, 대황북경 등... 이런 식으로 분류되어져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정말 황당하다. 그리고 엉뚱하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궁금증만 더 커져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끌리는 매력이 느껴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황당하고 기묘한 이야기만 있는가 했더니 왠걸! 사람사는 이야기도 보인다. 일종의 철학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그런 이야기 말이다. 여자만 사는 여자국과 남자만 사는 장부국이 세상의 이치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여겨 그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생각으로 일을 꾸몄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 했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 거기에 쓰여진 말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세상에는 결함이 많은 법인데 어떻게 모든 것을 일일이 완전하게 만들겠습니까? 세상은 넓은데 무엇인들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들은 그곳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격식을 만들어왔으니 굳이 하늘 아래 격식을 하나로 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대에 쓰여진 글이라고는 하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들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아닐까 싶어 하는 말이다.
그렇게 기괴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재미는 고대 중국신화를 만날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거였다. 일전에 중국의 이곳저곳을 돌아가며 보여주던 TV 다큐프로를 통해 눈과 귀로 중국여행길을 따라나섰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수많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제각각으로 섬기던 그들만의 신을 소개받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들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 짓기도 했다. 역시 신화는 재미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신화들이 자연의 모습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자연을 떠난 인간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책을 읽는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역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읽어준 내가 기특(?)하다. 틈나는대로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각장마다 따로따로, 하나하나씩,천천히, 읽어봐야지....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