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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좀 읽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 사람의 소설 한권쯤은 분명 읽어보았을거라 생각한다. (설사 흥미없었다해도 당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었기에 한번쯤은 손길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그의 작품은 <개미>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개미의 세계에 푹 빠져 마치 작가가 개미의 세상에 정말로 다녀온게 아닐까 하는 얼얼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책을 읽는동안 나는 분명 '개미'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토록이나 오래전에 읽은 책의 느낌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걸 보면 참 멋진 작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후로 다시 만나는 그의 작품마다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세계를 찾아낼 수 있는가 경이로웠었다. 그런데 이 책의 글쓴이가 바로 한국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꿈꾼단다.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게다. 다소 어뚱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던 것이 ' 각박한 삶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순수함 회복 에세이'라는 말이었다. 순수함 회복.... 그렇다면 글쓴이도 어느정도는 자연주의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겠구나, 하는 나름대로 유추해낸 생각을 꼬리처럼 붙잡고 다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가끔 정말 이랬으면 좋겠다,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이럴 땐 이렇게 이 문제가 풀렸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할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게 언제 내 맘대로 된 적이 있었나? 안타깝게도 삶이라는 건 우리의 생각처럼 그리 녹녹치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음직한 그런 일들이라고. 딱히 동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아도 가끔은 우리의 정신이 터무니없이 황당한 세계속으로 달려갈 때도 있다. 이상한 나라로 빨려들어간 엘리스처럼 말이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그 황당한 세계는 사실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었다.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게 많은 까닭이다. 가끔은 슈퍼맨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기도 하고, 가끔은 그 옛날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끝내주게 달려보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왜 그런 엉뚱한 꿈을 꾸게 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의 일상은 너무 바쁘다. 빠른 것만을 쫓아가다보니 언제나 숨을 헐떡인다. 앞사람의 뒤꼭지만 쳐다보고 달리다보니 옆사람과 잠시 이야기 나눌 틈도 없다. 그러니 항상 지친다. 지쳤으나 지쳤다고 말하지 못한다. 누군가 너는 그렇게 항상 바빠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책의 부제처럼 - 만약 당신이 슈퍼맨을 동경한다면 - 한번쯤은 귀기울여봐야 할 목소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제목을 잠시 음미해보면 글쓴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싶어했는지 금방 눈치채게 된다. 물론 나처럼 지극히 '현실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로 잰듯이 살아지는 게 아니다. 과학만이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다가 정말 글쓴이의 말처럼 우리는 순수함회복 운동이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 도대체 왜 이런 말들이 필요한 거냐고 묻는 이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묻기전에 짧은 글속에 담겨진 글쓴이의 목소리를 듣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 잘쓴 이야기도, 그리 재미난 이야기도 아니지만 글쓴이의 안타까움이 조금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특별하지 않은 20편의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뜻있는 많은 이가 묻고 또 묻는 게 있다. '우리가 지금 잊거나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그러나 늘 잊으며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 고의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 우리의 현실. '내'가 아닌 '네'가 먼저 해주길 원하는 것이 너무 많은 현실. 돌아보면 또 아프다. 생각하니 다시 아파온다. 당신도 생각해보라, 당신이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을. 그것을 채워나갈 때 어쩌면 당신이 잊은, 잃어버린 어떤 것이 곁으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