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 한옥연구가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내 머리속을 맴돌던 건 두가지였다. 하나는 '자긍심(또는 자부심)'이라는 말이었고, 또 하나는  다산 정약용이 지냈다는 '여유당'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한옥 (혹은 고택)을 돌아보면서 이 집에서는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느꼈던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유당'이었다. 지금 찾아가보면 그 옛날의 풍취는 느껴지지 않는다. 집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홍살문도 그렇고 느닷없이 펼쳐지는 배다리 모양이라니... 우리문화를 사랑하자 하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모두를 한데 합쳐놓는 걸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억지스럽다고...  두번째로 '여유당'을 찾았을 때 그 뜬금없던 배다리를 보면서 얼마나 당혹스러웠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허황하다. 긍지를 느낀다는 말은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을 말함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자긍심'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던 이유는. 책 속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을 전해받기도 한다.

 

한옥으로 세상 읽기한옥 밖에서 한옥을 본다 는 주제로 우리의 한옥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제 막 한옥에 대한 호기심에 눈을 뜬 내게는 멋진 여행이었다.  소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중국사나 세계사를 들춰내며 우리의 한옥을 다시한번 바라보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고 있음이다. 잘 몰라서 그랬겠지만 내가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구들에 관한 부분에서 그토록이나 커다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따로이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들려주었던 '여담'은 큰 울림을 주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찾아왔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게되어 나름대로는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토기 하나, 그림 한점을 보더라도 우리의 정신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은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그정도가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야할테지만 말이다)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와 넓은 마당이 있는 곳에서 뒹굴며 놀았던 아이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집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한옥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조차도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끝없는 우리의 욕심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처음 '여유당'을 찾았을 때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그 '여유당'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던 사랑채였었다. 세상사는 것이 살얼음판을 밟는 것과 같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뜻으로 지었다는 그 이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었던 까닭이었다. 그토록이나 힘겨운 삶의 여정을 지나왔으면서도 저렇게 활짝 열린 사랑채를 갖을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세상사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해도 '타인'과 어울어지지 않으면 그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뻔한 진리를 내가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자연스러운 소통의 공간을 한가득 안고 있는 곳이 한옥인 것이다. 신이 함께 하는 집이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우리의 한옥이었다는 말이다. 찾아갈 때마다 작든 크든 마당이 있어 좋았다. 흙으로 만들었든 돌로 만들었든 얕은 담장이 있어 좋았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소통'이라는 그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한옥,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한옥의 성주신은 城主神이 아니라 星主神이다. 산으로 내려오신 하느님의 아들 단군이 이 땅에서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산신이 되어 사라져야 했던 우리의 역사가 아프다. 일단 자신의 하느님을 잃으면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도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다. 지금도 우리는 다른 나라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유대인이나 일본인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들이 한 번도 그들의 하늘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중국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우리는 이 시대에다시 미국이나 일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아닌지. 하늘을 다 내주고 겨우 돈벌이 굿판이나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한옥의 성주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