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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산책하다 - 문화유산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150년
김종록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근대문화유산을 찾기로 하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정동길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공간의 역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공간속에 머무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마주치는 정동교회도 그렇고 이웃하고 있는 배재학당을 돌아보는 맛 또한 일품이다. 중명전을 거쳐 다시 돌담길을 따라 가며 이곳저곳 눈길을 마주하고 대한성공회성당을 찾아 그 매력에 흠뻑 빠지며 마지막 다리쉼을 할 때는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아직 남겨진 우리의 문화유산이 더이상 문명의 톱질에 잘려나가지 않기를... 아직 들춰내지 못한 우리의 역사가 있다면 좀 더 멋진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얼마전 두번째 서촌탐방을 했었다.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이상'의 제비다방이 복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더 찾아가봐야지 했던 길이었다. 내노라하는 권세가보다는 중인들이 많이 살았다던 서촌은 북촌과는 달리 나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저마다의 가슴속에 움트던 욕망의 시작점이었기에 그렇게 느껴졌던 건 아니었을까?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고는 피식, 웃어버렸었다. 대오서점앞에 서서 '세 놓습니다'라는 글자를 보며 우리는 모두 안타까워 했었는데 이렇게 작은 문화유산의 흔적을 찾아다니다보면 그런 안타까움을 한두번 느끼는게 아닌 까닭에 역시 가슴 한쪽이 시렸다.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도 다른 책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 싶어 노파심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지식과 정보를 가득 안고 찾아온 이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교육, 문화, 종교, 정치, 외교, 금융, 시설, 생활...과 같이 각 장마다 큰 주제를 두고 유적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우선 깊이있게 다루어주신 마음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진다. 아울러 아직 가보지 못한 공간속에 빨리 들어가보고 싶다는 조바심도 생겨난다. 한국고전번역원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남산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같은 곳을 찾았다는 건 내게 또다른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왠만한 내공이 없다면 쉽게 찾아지지 않을 곳이기에... 솔직히 말해 서울기상관측소나 여의도공원을 보면서 근대문화를 생각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나같은 초보자에겐 다분히 감사할 일이다. 그만큼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도 되겠지만 말이다.
돌아보고 싶은 곳은 너무나 많다. 늘 욕심만을 앞세우는 탓이다. 책의 2장에서 다루어주었던 종교부분은 아들녀석과 한번 돌아보기로 했던 주제였던 까닭에 내심 반가웠다. 내친김에 우리의 일정에서 빠진 대각사와 천도교 중앙대교당까지 둘러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문화유산탐방을 하면서 '~~터"라는 표지석을 자주 보게 된다. 그 표지석을 보며 당시를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으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기만 하다. 이 책을 들고 길을 나설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해보기로 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