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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
전도근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2년 5월
평점 :
그많은 인물중에서 굳이 다산선생에게 인생을 물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위인전이라고 해봐야 솔직하게 말해 뻔한 틀속에 갇혀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의 아이들이 과연 위인전을 읽으면서 얼만큼이나 감동을 받고 있는지 미심쩍다는 게 숨겨둔 나의 본심이기에 하는 말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간접적인 경험이 더 많은 세상을 살다보니 우리의 아이들에게 순수함이 사라진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변화되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읽을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일거라고 감히 생각이 드는 것은 다산선생을 대표할 수 있는 게 실학사상인 까닭에 더불어 인생을 묻기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통과 역경을 딛고 산다. 어떤 때는 무너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힘겨움을 이겨내고 커다란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사람, 그 고통속에서 자신만의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위인'이라는 틀속에 넣어둔다. 그야말로 모진 곡절을 다 겪어낸 사람중의 하나가 바로 정약용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껄끄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인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묻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을까요? ... 뭐 이런것쯤? 하긴 기왕에 사는 인생 좀 더 멋지게, 좀 더 폼나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주변에서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삶을 살아냈다고 봐도 괜찮을까? 이쯤에서 성공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사람이 성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똑같은 곳에 두지는 않을 듯 하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성공한 삶이라 말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성공이라는 말을 하기도 할 것이기에... 그런데 이 책은 어떤 한가지에 의미를 둔 단순한 성공을 말하고 있진 않은 듯 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 이라고 묻는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각 장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그 問答을 한번 들어보자면 이렇다. 좀 더 멋진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 비전을 세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남을 배려하고, 솔선수범하고... 창의력이란 무엇입니까? 이 부분에서 다산의 실학사상이 한 몫을 차지했다. 그가 만들었던 거중기나, 유형거, 그리고 배다리등의 경우가 예로 등장한다. 그야말로 쓸모있는 학문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부를 잘하기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은? 여기서 귀가 쫑긋할 부모가 많을 듯 하다. 크게 되려면 큰 스승을 만나야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며 잠재력을 깨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배우지만 말고 학습을 하라는 말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새로운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미래를 말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겸손하라, 꿈을 크게 가져라, 옳은 것을 행하라, 포기하지 마라, 배운 것은 꼭 써먹어라... 등등 딱히 새로울 것은 없는 말이다. 늘 들어왔던 말이고 지금도 귀만 열면 듣는 말이다. 다만 그것을 다산선생의 일생을 훑어보며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제목처럼 인생을 배웠다기보다 다산 정약용이란 사람의 일대기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너무 흔한 주제로 치부될 수도 있을 내용이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었다. 깊이없는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을 곁에 두는 일이 많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또한번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