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이 보이네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덮으면서 문득 떠올랐던 그림책이 있었다. 오래전 '이건 뭐야?'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이외수의 그림책이다. 그 책의 제목은 <사부님 싸부님>.. 하얀 올챙이와 까만 올챙이의 선문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는 책. 아주 간단하게, 그야말로 별 것 아닌 것처럼 세상의 진리를 제자에게 말해주던 싸부님의 그 말씀이 너무 좋았었다. 선하나 그어놓으니 이편과 저편이 되었고, 위 아래의 세상으로 구분지어졌다. 이편으로 오면 내편, 저편으로 가면 적? 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버리는 愚問과 賢答이 그 책속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뭐 그런류의 우리 삶의 모습을 풍자했던 그림책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책을 보면서 가장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나'였다. '나'라는 존재에 의해 모든 것이 시작되어지고, 어떤 모양이 되었든 하나의 틀이 만들어진다는 거였다. 선을 그은 것도 '나'였으며, 그 선을 핑계삼아 니편 내편을 가르는 것 또한 '나'의 잣대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나'를 잊는다. 그 '나만의 잣대'를 만들어놓았다는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은채 오로지 상대방만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이 그토록이나 힘겨운 일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돌아보았으나 바꾸지 못하는 자신을 어쩌면 더 힘겨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흔히들 말한다. 말은 쉽다고.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말은 쉽다'고 말을 하면서 한번이라도 나를 바꾸기위해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라고...

 

책을 펼치고 일반적인 수순을 밟지 않았다. 처음과 끝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먼저 읽었다는 말이다. 저자의 마음이 궁금했다. 무엇을 알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답을 찾았는지... 크게 다섯장으로 나누어 말하고 있지만 첫장부터 강하게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당신을 놓아주세요"...  욕심과 집착으로부터 '나'를 놓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었다. 산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은 까닭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얼마전 우연히 마주쳐 내게 너무나도 큰 의미를 남겨준 한 줄의 문장이 생각났다. '꽃은 져야 아름답다' 는... 꽃이 져야만 거기에 열매가 맺힌다는 그 진리를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싶었다. 그 평범함을 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일까 싶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움켜쥐려 할수록 가질 수 없는 것이 욕심이며 집착이라는 말을, 단지 '이론'일뿐이라고 외면해버렸던 것은 누구일까?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기만을 바라나요?

무엇을 찾고자 합니까?

원래 당신의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안의 틀만 허물면 하나가 됩니다. 

- 책 중에서 -

 

2012년이 시작되고 벌써 반을 살았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맨처음  받았던 문자메세지를 다시 떠올렸다. 네잎크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면 세잎크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랍니다. 일년내내 행복하시길요... 하고 보냈던 문자의 답변이었는데 그 문자를 받고나서 기분이 참 좋았었다. 발 밑을 보세요. 네잎보다는 세잎을 달고 있는 크로버가 더 많지요. 그러니 당신 주변에도 늘 행복이 가득하답니다. 잊지 마세요. 행복이 늘 당신곁에 있다는 것을.  한동안 그 문자메세지를 지우지 않았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였습니까?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하는 물음에 톨스토이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내겐 가장 중요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고.. 책을 읽으면서 작은 평온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가식일까?  사실 작가의 글에는 대립이 없어 참 편하다. 니편 내편을 가르지않아 좋다는 말이다. 일상속에서, 흔한 것들속에서 작가가 찾아내는 행복이라는 이름은 내게도 있었을 것인데 나는 보지 못했으니 분명 나보다 한수 위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하나였지만 인간의 잣대로 인하여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된 그 '무엇'에 대한 아우름이 글을 대할 때마다 내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책을 향해 주저없이 손을 내밀었던 이유도.

 

이 책, <이제, 마음이 보이네>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가의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종교색을 떠난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 신문의 칼럼도 모두 오려 두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와 소장할 수 있게 되니 개인적으로는 참 좋다. 먼저 나왔던 <현문우답>도 참 좋았었다. 그리고 나도 묻고 싶었다. "이제, 마음이 보이냐" 고. 그런데 아직 "이제, 마음이 보이네" 라고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마음을 내가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작가의 말처럼 나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책속에 함께 어울어졌던 사진들이 전해주었던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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