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대를 살펴보면 春秋戰國時代 가 있었다. 周나라가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기전까지를 서주, 이후를 동주시대라 하는데 그 동주시대가 春秋시대와 戰國시대로 나누어 진다. 周나라의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때가 바로 중국 전통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이 이루어진 시기라고 하니 중국으로 치면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때에 제자백가가 등장하였다고 한다. 諸子는 여러 학자를, 百家는 수많은 학파를 뜻하는데 春秋戰國時代 에 활동했던 많은 사상의 학파와 학자들을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사회적인 혼란속에서 저마다의 세력을 키우며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실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했고, 그런 인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가, 도가, 묵가와 같은 학파들이 등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知彼知己百戰不殆' 였던 것이다. 그 혼란의 와중에 韓非子가 있었다.
'한비자, 法術로 세상을 논하다' 라는 제목만 보고 얼핏 생각한다면 일종의 군주론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군주 혹은 정치를 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들이 '古典'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 곁에 다가오지만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새롭게 해석되어진 '古典'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다행히 이 책은 만화로 되어있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리 녹녹치 않다. 원칙을 고수하면서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게 쉽지 않듯이 말이다. 먼 옛날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를 지금의 세상속에 풀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각색도 필요할 테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공자왈... 맹자왈... '古典'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어쩐지 따분하다. 하지만 이 책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따분함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쳐 그 속을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지독한 '法'과 '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14쪽에 있는 '시대와 더불어 사물은 변하고 사물의 변화에 따라 그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는 말이 가슴에 남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현실과 빗대어 옛이야기를 펼친 저자의 배려(?)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읽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는 진시황. 한비는 비록 동문수학했던 진시황의 명재상 '이사'의 기우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하고 싶어했던 말들은 그저 허울과 형식에만 매달린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戰術'과 '戰略'이라는 말이 있다. '術(-재주 술)'은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인 반면, '略(-간략할 략)'은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니 전술보다는 전략이 좀 더 큰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단이 없다면 아무리 큰 전략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을테니 그 재주가 더 중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전술을 이야기하고 있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그다지 많이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옛이야기라고해서 마냥 진부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진부함속에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들어있을지 모를 일이니. 어른이 읽으면 딱 좋을 '만화로 된 古典'이 시리즈로 나올 모양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