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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크레타, 그리고 카잔차키스...
카잔차키스라는 이름보다도 내게 신화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던 '이윤기'라는 이름이 너무 반가워 덥석 손을 내밀었던 책이다. 셀 수 없이 등장하는 지명 '크레타'를 한번 찾아보았다. 그리스 13주 중의 하나로 그리스에서는 가장 큰 섬이라는 크레타. 그곳에는 이 책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종교와 문학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미노스왕이나 테세우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전설을 안고 있는 곳. 그런만큼 문학이나 예술쪽으로도 뛰어난 인재를 배출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태어난 카잔차키스는 더 말해 무얼할까 싶지만 사실 나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오래전부터 한번을 읽어봐야지 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앞에 두고 약간의 설레임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들어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협곡을 그려놓은 책표지의 그림조차도 내게는 충분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협곡 뒤의 분홍빛이 말하고 싶어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붓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자유와 자기 해방을 꿈꾸었다는 그의 이력. 그리고 모든 우상들로부터 놓여나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으려 했다는 그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자유... 도대체 자유라는 건 무엇일까. 카잔차키스가 話者인 '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붓다라는 의미가 내게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깨닫기 위한 붓다의 고행속에는 수없는 욕망과 유혹이 꿈틀거린다. 우리의 삶에서처럼. 그러나 따지고보면 그 모든 욕망과 유혹의 뿌리는 오직 한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단지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 조르바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행동속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저 속깊은 내면의 자유로움을 숨겨놓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 혹은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되어질 자신의 모습만을 위해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순을 버려야만 한다고 조르바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안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한다.
조르바, 그리고 나...
모든 형식과 규칙 따위에서 벗어난 철저하게 생물학적인 의미로써의 인간을 '자유인'이라고 정의해 놓은 걸 보았다.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우매함 따위는 저멀리 던져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조르바를 보면서 '자연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그러나 다른 사람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알았던 조르바야 말로 진정한 '자유인'이었을거라는 생각 말이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붓다조차도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째서 살아있는 감정이나 현실보다는 문자화되고 법제화되어있는 형식과 이론에만 치중된 삶을 살아내는 것일까. 대비를 이루며 평행선을 그어가던 '조르바'와 話者인 '나'의 시간속에 머물던 그 묘한 느낌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표지를 보면서...
철학을 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리스. 복잡함 따위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어려웠다. 또 조르바 이야기가 영화나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는데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찾아보니 아주 오래된 작품들이었다. 책장을 덮고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자유'.. '자유로움'.. 카잔차키스가 꿈꾸었다던 '절대적인 자유'는 어떤 것일까?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의미를 안고 있을 한마디. 어쩌면 저마다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협곡 사이로 멀리 보이는 분홍빛 산.. 나의 자유는 어떤 색일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