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니되옵니다 - 5천년 한중 역사 기록이 증언하는 올바른 권력
이동식 지음 / 해피스토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첫째, "전하, 아니되옵니다!"
둘째,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셋째,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세마디만 듣는다면 연상되는 시대가 언제일까? 굳이 답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 머리속에 이미 그려지고 있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재미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왠지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아니되옵니다!" 라는 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올바른 신하라는 말이 나온다. 오래전 어느 광고에서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는 말하는 사람, 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금처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가 요즘 아이들은...' 하면서 혀를 차는 기성세대도 아이적에는 그런 말을 들었듯이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형태만 조금씩 바뀔 뿐이지 근본적인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거나 정관정요(貞觀政要) 라는 말이 많이 보인다. 찾아보니 '정관의 치'라는 것은 당나라 황제 이세민의 시기를 말함이고, '정관정요'라는 것은 이세민과 신하들이 정치에 대해 말했던 것을 엮어놓은 책이라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 시기가 바로 중국을 통틀어 기록된 역사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정치의 시기였다는 것이다. 물론 그 때가 당나라의 전성기였음은 뻔한 일이다. 수백년동안 조선의 과거시험에서도 필수였으며 일본에서는 지도층의 필독서였다는 말도 보인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오로지 학문으로써의 역할로 끝났던 모양이다. 왕권과 신권을 놓고 끝없는 다툼만을 벌였던 것을 보면.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펼쳐보면 크게 왕의 권력과 신하의 권력, 이 두가지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쪽도 만만치가 않다. 왕이라고 하여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왕을 올바르게 보필해야 했던 신하들의 역할도 쉽지않다는 걸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정관의 치'라고 말하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위징, 방현령, 장손무기와 같은 신하들처럼 우리 역사속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누구일까? '5천년 한중 역사 기록이 증언하는 올바른 권력'이라는 책표지의 부제처럼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바쁘게 오간다. 어차피 우리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는 아우를 수 밖에 없는 까닭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기왕 사대주의로 점철되는 이야기라면 좀 더 좋은 점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다.
'역사속에 답이 있다'... 많이 들어왔고 또한 정말 옳은 말이라고 인정하는 말 중의 하나다. 저자 역시 끊임없이 요구를 하고 있다. 역사속에서 배우라고. 이러이러한 책이 있으니 좀 읽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제발 좀 눈을 뜨고 귀를 열어 백성의 마음과 소리를 보고 들으라고. 책장을 덮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까? 라는. 정권이 바뀌는 시점을 눈앞에 두고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책을 내놓았을까 싶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어떤 것을 붙잡아야 하고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 가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오롯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흐름이 좀 딱딱하긴 하다./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