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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가
카르멘 R. 베리 & 마크 W. 베이커 지음, 이상원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2월
평점 :
'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가'.. '착한 사람들은 왜 항상 피해를 입고 상처받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주제가 아닐까 싶었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사람측에 들어갈거라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 것일까?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나 선택에 후회가 따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관계만큼에서만큼은 상처받고 싶지 않은게 나의 바램이라면 욕심일까? 나뿐만 아니라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제쳐두고라도 나는, 정말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상하리만큼 착한 사람들이 항상 피해를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그럴까? 복을 받기는커녕 왜 착한사람들은 피해만 보며 살아가야 할까? 요즘은 착하다거나 순진하다거나 하는 말 따위가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세상이 그렇게 많이 변해버려서 그런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덫'이라는 말에 시선을 빼앗겼다. '덫'... 무언가를 잡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 책의 소제목들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덫'이라는 말이 많이 보인다. 분노나 슬픔, 두려움이나 죄의식, 거짓으로 강한척하는 것 모두가 피해자의 덫이라는 말을 공감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의자라기보다는 피해자라는 틀에 갇혀버리는 모순이 왠만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걸려들고마는 하나의 '덫'이었던 거였다. 무언가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는 '나'라는 말이 앞서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너'라는 말이 앞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모든 원인은 결국 내가 아닌 '내 안' 에 있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채 수없는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거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와 '너'의 구분이 아니다. '나'와 '너'의 대화, 즉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우리에게 얼만큼이나 있었던가를 물어야 했다. 옛말에 '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듣고 쓰기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정말로 어려운 말.. 문제의 실마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거였는데 바꿔 생각한다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으니 그게 문제다. 상대방에게 맞춰주기만 한다고, 상대방에게 맞춰달라고 한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보여지는것만 보기보다는 속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하긴 쉬웠다면 우리 주변에 그토록이나 많은 아픔과 분노가 난무하지는 않았을게다. '내 탓'이니 '네 탓'이니를 따지기에 앞서 서로를 마음 깊이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일테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결국 그것인 걸.
문제를 앞에 두었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회피라는 말이 있다. 그때 당시에는 피해갔을지언정 그 문제는 계속해서 내 곁을 맴돌고 있을테니 말이다. 책속의 내용은 수도없이 같은 말이 반복되어지고 있다. 몇 번을 말해도 답은 그것이라는 듯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피의자였고, 피의자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역시 피해자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와 김형경의 <사람풍경>이 생각났다. 내 안의 나를 다스릴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상처입은 내 안의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해야만 한다는 그 말을 되뇌인다. 책 속에서 말하고 있는 피해자의 덫은 누가 나에게 덮어씌우는게 아니다. 그 덫을 놓아 내가 나를 잡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책장을 덮으며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내 안의 아이를 살짝 불러보았다. 아직은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그러나 언젠가는, 너무 늦지 않게 그 아이와 대면해야만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피해자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한다.
용서한다는 말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용서는 다시금 관계를 맺자는 뜻이 아니며, 용서하고 나면 상처 주었던 상대를 다시 내 삶으로 불러들여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너무나도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용서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야만 했다. 남들의 행복이 나와 관련 있다는 생각을 멈추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상당히 이기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속의 존재에게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빼앗길 필요가 없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상대는 과거에 놓아두고 현재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면 된다.. 는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아이비생각
★ 실패와 대면하기 위한 7가지 자세 (- 185쪽)
1.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2. 다른 사람에게 무리하게 기대하지 않기
3.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터놓고 이야기하기
4. 용서하고 용서받기
5. 사랑을 주고 사랑받기
6. 자기 모습 그대로 살기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게)
7. 자기 힘의 정도와 한계를 알고 표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