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
미하엘라 비저 지음, 권세훈 옮김, 이르멜라 샤우츠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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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첨단이라는 이름아래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이즈음에 이미 사라져버린 역사속의 직업을 볼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일까? 어쩌면 이미 사라져버린 직업을 보면서 앞으로 사라져버릴 직업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내심 기대감이 있었다. 씁쓸한 진실이랄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아픔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편함만을 추구하면서도 양손 가득히 먹을 것을 쥐고 살 수 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는 게 솔직한 말은 아닐지... 이전에 이미 사라져버렸고 우리의 세상속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수많은 직업은 분명 필요에 의해 생겨났을 것이다. 필요해서 생겨났으나 필요에 의해 없어져야 했던 것들이 어디 직업뿐일까?  이런저런 직업을 만들어냈던 시대적인 배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어쩌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옷을 갈아입은 건 아닐까?  어느날엔가 언론지상에서 그 옛날 호령하던 양반네들의 가속이었던 노비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말을 보고 서글픔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과연 우리곁에서 옛날의 노비처럼 잔일을 처리해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가를...

 

사라진 직업군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도 볼 수 있었다. 이동변소꾼은 아닐지라도 똥지게를 짊어지고 다니며 집집마다 변소청소를 해 주던 '똥퍼!" 아저씨,  비록 그 목적은 다를지라도 리어카에 솔솔 김이 나는 번데기 양푼을 싣고 와 짤강짤강 가위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불러대던 엿장수 아저씨, 모래장수가 가져다주는 모래는 아니었지만 나 어릴적만해도 친정어머니는 모래나 연탄재로 녹그릇을 닦기도 했고, 책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더러운 오물위에 모래나 흙을 뿌려 치우기도 했다. 대리석구슬제조공을 보면서 어린날의 구슬치기를, 오줌세탁부를 보면서 우리동네 한 가운데 있었던 양말공장의 양잿물냄새를 생각해냈다.  왠지 모르게 무서워 가까이 다가가보지 못했던 넝마주이는 나 어릴적만 해도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필요했기에 생겨났을 많은 직업으로 인해 먹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지금도 간혹 들려오는 '칼갈아요~~!" 하는 소리가 반가운 것도, 추운 겨울날 느닷없이 들려오던 '짭싸아알떠어억! 메밀무우욱!' 하는 소리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어쩌면 그 옛날의 향수를 담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어 공연스레 웃음짓게 된다. 그 목소리따라 계절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주 오래된 역사속의 유랑가수.. 우리에게도 마지막 서커스단이 문을 닫았다는 말을 들은지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책속에서 보여주었던 유모라는 직업이 낳았던 사회적인 병폐는 지금 보아도 씁쓸하다.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더 많이 갖기 위해 온갖 몹쓸짓을 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인 듯 하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직업이 없어질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편함만을 추구할수록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사라져갈 것이다. 진화는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변해가는 모습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렇다보니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건 當然之事라해야 옳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그림을 그려보게 된다.  옛날의 가마꾼이나 인력거꾼이 지금의 택시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면 말이다. 사실 유럽의 이동변소꾼이나 나 어린시절 '똥퍼'아저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지금의 정화조사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토록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던 숯쟁이나 양봉가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라는 것이 어디간들 그렇게 특별하고 유별날까? 사람사는 건 어디나 다 마찬가지고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건 없어보여 하는 말이다. 물론 사라져야 할 것도 있고 사라져갈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가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그리워진다. 간신히 올라탄 버스문에 매달려 엉덩이로 나를 밀어올리며 오라이 탕탕을 외치던 버스차장, 손수레에 배경화면을 싣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 그것뿐일까? 어린아이들을 위해 손수레에 놀이기구를 싣고 다니던 아저씨, '머리키락 팔아요~~' 하던 아줌마 목소리, 고장난 우산을 고쳐주던 아저씨, 풀빵을 팔던 그 손길...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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