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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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럴 것이다. 유홍준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우리는 문화유산을 떠올리게 되는...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던 날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답사라는 말을 어색해하지 않는 듯 하다.  '人生到處有上手' 라는 말로도 유명해졌다.  인생길에서 숨어있는 고수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얻게 된다는 의미라는데, 저 글을 볼 때마다 엉뚱하게도 나는  '三人之行 必有我師' 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는 공자의 말이 있듯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學問의 이치일터다. 답사를 하면서 내가 배웠던, 지독히도 아프게 다가왔던 화두중의 하나다.  정말 그랬다. 아는 만큼 보였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만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경계했다. 수많은 답사기를 보면서 그가 느꼈던 것에 나의 감정을 일치시켜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많은 上手들이 있어 그들이 주는 느낌 또한 각각이다. 그러니 단지 참고할 뿐이다. 저렇게 앞서 나가는 발길이 있고  먼저 느끼는 시선과 가슴이 있어 그 느낌이 내게도 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건 어쩌면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답사 초보자다보니 기존의 정보에 많은 의지를 하게 된다.  알고가야 보이는 까닭이다. 알고가야 하나라도 더 찾아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한다. 언제쯤이면 저 高手들의 경지를 이해하게 될까?  우연한 기회에 나를 찾아온 이 책은 나에게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동안의 답사에 대한 일종의 회상형식처럼 보여 다가서기가 쉬웠다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답사의 高手도 이렇게 여러 각도로 보는구나 싶었다.  그의 일상에서 볼 수 있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참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또다른 욕심을 볼 수 있었다.  욕심이란 게 사랑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찾아가  시선 마주치고 가끔은 만져도 보고 근처에 흩어져 있던 이야기도 하나쯤 들어보고... 그러고 싶은 곳이 너무나도 많다. 아주 작은 것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게 나만의 욕심인데 늘 아쉬움만 남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답사기는 꾸미지 않아 좋았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굳이 멋지게 보이려하지 않았는데도 멋지다. 자신이 해왔던 일,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 얼만큼이나 진행되어졌는지 궁금한 일, 이렇게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되던 일, 끝내는 하지 못해 미련을 남겨두게 된 일... 소소한 그의 생각과 일상을 이 책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나 뜬금없지는 않다. 말의 의미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것과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곳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많다.  저자의 말처럼上手나 高手는 유명하지 않아도 된다 . 이것이다 콕짚어 말하지 않았어도, 세상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퍼뜨리지 않았어도 내게 전해주는 느낌은 분명 다를테다. 유명해서 오히려 손해보는 곳도 사실은 많다. 제 나름대로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꾸며진 모습만으로 찾아오는 사람에게 보여지는 그런 곳들 말이다. 이름이 나지 않아 제 실속을 챙길 수 있었던 경우도 종종 있다. 가끔 그런 곳엘 들르는 기회가 오면 횡재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유명해지기 위해 땅을 헤집어 흠집을 내고 생뚱맞은 옷으로 갈아입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정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이 부러웠다. 갈 길이 멀다.... /아이비생각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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