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멜랑콜리아 - 상상 동물이 전하는 열여섯 가지 사랑의 코드
권혁웅 지음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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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앞에 내민 주제가 '사랑'이다. 사랑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는 그 흔한 증상들에 관한 短想쯤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유혹이 있어 사랑은 시작되어지는 것일까?  이름을 묻는다는 게 어쩌면 관심표현일런지도 모를일이지.. 영원할 거라는 약속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올지도 모를 '버려짐'이 끼어들 사이는 없어보인다. 상대방에 관한 질투가 생겨나고, 어느 순간 뻥 뚫려버린 듯한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는... 가끔씩은 나도 모르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슬쩍 무관심한 듯한 태도도 섞어가면서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사랑은 또다른 외로움과 그리움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사랑은 비밀스럽게 기억되어진다. 때로는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런 사랑의 법칙들을 신화를 빌어 또한번 따져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신화속에서 내면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내 보여준다. 이야기만을 보지말고 보따리를 풀어헤쳐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함께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신화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불러 세워 태어난 이유를 묻고 있다. 사랑에 관한 주제만으로 그 주인공들은 여러나라에서 소환되었다. 가끔씩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등장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책장 넘기는 맛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까닭모르게 한번쯤은 튕겨내고 싶은 반항적인 느낌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면 모순일까?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같은 것을 두고도 어떻게 돌려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故이윤기님의 책을 참 좋아했었기에 선뜻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주제였다. 그래서 책을 받아든 그 순간 기대감이 엄청 컸을지도 모르겠다. 신화의 틀에 갇힌 그 방대한 주제중에 하나, '사랑'이 이 책속에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법칙을 정석대로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무엇이 되었든 이름이 붙여진 순간 그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 신화시대에는 이름과 그 사람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는 부분을 음미해 본다.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의 꽃이 되었던 것처럼. 그 이름이 없어졌을 때 그것은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잊혀짐'이 될 수도 있고, '버려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는 그 관계의 틀을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무리일까?  '버려짐'의 대상으로 강시나 좀비를 말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뜨악했다. 버려졌을 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간절한 마음으로 바랬던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되면 야위어 사라졌다가 눈 내리는 겨울이면 다시 찾아온다는 일본전설속의 그 '눈아이'는 '버려짐'도 '잊혀짐'도 아닌 까닭이다. 

인도의 괴물 아 바오 아 쿠 이야기는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는 승리의 계단. 첫번째로 밟는 계단에서 생겨나 자신의 모습을 완성해간다는 아 바오 아 쿠는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모습이 사라진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완전한 형태가 되어 빛이 나기도 하고 분명치 않은 형태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는 그 괴물은 어찌되었든 계단을 올라갔던 이가 내려오면 다시 사라진다. 단 한번, 당신이 그를 완전히 바라보았던 그 순간에만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던 그 말에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대충은 알 것 같다. 변해가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처럼 말이다.

책속에 선문답같은 말이 있었다. '없으면서 있고, 없지만 있고, 없어짐으로써 있는 건 무엇일까?' 선문답처럼 들리긴 하지만 답은 있었다. 멜랑콜리, 그것은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아마도 이 책은 신화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속성을 빌어 외로움의 근원을 찾아보기로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에 대해 돌이켜 본다. 그 부르기 쉬운 이름속에 너무나도 많은 괴물을 숨겨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주제들속에서 파헤쳐지는 괴물의 속성은 왠지 모르게 가여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제 겨우 옷을 추스렸는데 다시한번 더 강제로 옷을 벗기는 것만 같아 껄끄럽다. 그만큼 들춰내고 싶지않은 불편한 진실일지도.. 이름만 바꾸었을 뿐, 그 괴물들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아이비생각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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