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말 문학 걸작선 1
스티븐 킹 외 지음, 존 조지프 애덤스 엮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종말문학 걸작선>이라는 제목을 보고 문학의 한 장르인줄로만 알았다. 요즘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말이 너무도 많은 까닭이다.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고 또 만들어지는 이 세상의 온갖 것들속에서 찾아낸 또하나의 장르쯤? 이라고 생각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장르는 없었다. 다시 말해 종말에 관한 글을 모아놓았기에 <종말문학 걸작선>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종말문학을 찾다가 묵시문학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사람의 지혜로써는 알 수 없는 어떤 비밀이 은연중에 신에 의해 그 뜻을 나타내는 것을 묵시默視, 혹은 계시啓示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의 중심이 종말에 관한 것이라는 거였다. 다분히 종교적인 냄새가 나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작금의 세태를 살펴보면 쉽게 무시할 수도 없는 말이 또한 종말이란 말이고 보니 문학쪽에서조차 종말에 관한 글을 다루기 시작했구나 싶어 조금은 씁쓸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그리면서 마치 한참이나 지나쳐버린 순간을 내려다보듯이 써내려갔다는 느낌이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만들어냈다. 희안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핑크빛으로는 그리지 않는다. 꿈을 꾸는 건 핑크빛 미래인데 그림은 왜 잿빛일까?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순일 것이다. 엊그제 신문지상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구절이 새삼스럽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져온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해야 한다면 나부터다.- 왜 이런 말이 깊은 울림을 주고 간 것일까? 변화를 갈망하고 변해야 한다고 우리는 종종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어떻게 변해야하는가에 대한 틀을 말하지않고 그냥 변해야 살 수 있다고 목소리만 높인다. 중요한 건 나부터! 인데 다른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책속의 이야기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메세지가 바로 그 한구절과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폭력, 새로운 형태의 그러나 절망적인 지하세계, 시스템에게 조종당하는 우리의 일상, 폐허도시, 돌연변이... 우리가 두려워하고 나만큼은 피해가고 싶어하는 많은 것을 이 책속에 나열해놓았다. 어찌보면 현재의 우리 삶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삶일수도 있을거라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중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게 있다. 절망적인 지구의 미래를 아주 얇은 막처럼 형성된 작은 희망으로 살려내고자하는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영화인데 나는 그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너무도 아리곤 했다. 얼마전에 흥행되었던 <아바타>라는 영화도 있다. 그 영화의 메세지를 생각해본다. 종말 SF는 가상이든, 현실이든 지금까지 우리가 저지른 죄에 대한 문학적 단죄의 측면이 있다던 책속의 말을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저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최대의 오만과 편견을 누리며 살고있는 인간군상의 행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만 하다.
책속에는 공포문학의 거장이라는 스티븐 킹을 선두로 많은 소설가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어두운 배경이다. 우리의 미래일텐데 너무 어둡다. 가끔은 난해한 부분도 보인다. 도대체 지금 우리의 현실속 무엇이 이런 결과를 유추하게 한거지? 의문점을 찍게도 한다. 가끔은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의문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저들이 상상하는 그 종말론적인 의미를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운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미 빅브라더Big Brother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니 세상이 어쩌고 저쩌고 말할 게 아니라 변해야 할 것은 나부터! 라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책속 세상과 같은 결말을 꿈꾸며 우리가 살아가는 건 아닐테니 말이다. /아이비생각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