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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고함 -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한국과 일본' 제작팀 지음 / 시루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윗층 이웃은 말도없이 내 것을 제 것이라 우겨대고, 아래층 이웃은 대놓고 내 것을 제 것이라 말하며 심심하면 뗑깡부리기가 일쑤다. 그것도 모자라 한지붕 밑에 사는 형제조차도 잡아먹지 못해 볼 때마다 으르렁거린다. 그런데 문제는 제 것을 두고 여기저기서 내 것이다, 내놔라 생떼를 쓰는데도 정작 주인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맨날 얻어맞기만 하니 그거 속터질 일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웃들의 횡포가 이해되기도 한다. 제것이면서도 제것이라 주장하지 못하는 바보를 그냥 두는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제것이면서도 제것이라 큰소리치지 못하는 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누구 얘기냐? 두말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얘기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얽히고 설켜 칡넝쿨처럼 꼬여가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칡넝쿨은 지역이 없다. 그저 힘센놈이 먼저 더 많은 넝쿨을 뻗어가는 게 상책이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제 주머니 채울 수 없는 일이라서, 건드려봐야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까, 저마다 큰 짐 떠맡게 되는 건 아닌가하고 몸 사린다. 그러니 알아도 모른 척 강건너 불구경이다. 다만 가끔씩 이런 말들이 어디선가 들려와 잊을뻔 한 일, 잊혀져가는 일들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니 내심 고마울 뿐이다.
이 다큐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오랜 숙적이자 오랜 벗일 수 밖에 없는 한일관계의 소통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말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그 당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부분들은 이 책을 통해 채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이가 울때면 어른들은 그 무서웠던 역사를 되새기곤 했을 것이다. 무심코 뱉어내던 '에비'라는 말이나 '무쿠리고쿠리' 인형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보게 된다. '에비'는 왜놈들이 전리품으로 죽은 사람의 코와 귀를 베어갔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무쿠리고쿠리'는 일본을 향한 여몽연합군의 무자비한 침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세계사를 돌아볼 때 아시아가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나섰던 것은 칭기즈칸때였다. 서구와는 달리 동양의 침략자는 지나쳐가는 곳마다 불사르고 모든 사람을 죽이는 그야말로 싹들이 전략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처참했을지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보여지는 일이다.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는 아픔은 그만큼 처절했고 끔찍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이 긴시간이 흘러버린 지금에 와서까지 똑같은 강도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역사 바로 알기가 더 중요해지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몇 번을 들어도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역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조선과 일본의 태도였다. 서양의 증기선을 흑선이라 하면서도 그들의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일본과 달리 이양선이라 부르며 파괴하고 불살랐다는 조선의 상반된 모습은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죽했으면 정약용마져 혀를 찼을까? 책에서는 성리학에 도취된 우리의 선비들 중 분연히 일어섰던 의병장을 두고 성리학을 기초로 한 忠의 사상때문이었다고 좋게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건 아닌 듯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용학파가 득세를 했어야 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수순으로 두 나라의 역사를 되짚어준다. 크게 다섯개의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의 구도이다. 인연(因緣)에서는 떼려야 땔 수 없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말해준다. 백제가 멸망한 후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던 그 인연의 고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적대(敵對)편에서 비극적 한일 관계 2000년 역사의 시작을 알린다. 바로 여기서 여몽연합군으로 인한 그 아픈 기억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이다. 공존(共存)에서 보여주고 있는 공생의 법칙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평화가 또다른 평화를 불러왔다면 더없이 좋았을테지만 사람은 욕망을 쫓아 달려가는 동물이다보니 그럴수가 없는 것이다. 변화(變化),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다. 그야말로 놀라 자빠질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었던 조총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양선을 통해 뚜렷하게 선을 갈라버린 조선과 일본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때 만약 우리도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했다면... 대결(對決), 받아들이고 내몰고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만 보다라도 그 때의 실수가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왔는가는 말 할수록 입만 아프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책표지의 말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역사는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의 싸움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기억이 역사를 구성하지만 때로는 역사가 기억을 지배하고, 그 역사가 현실을 지배할 수도 있기에... 그랬기에 책속에서 증언하고 있는 일본의 목소리가 새삼스럽다.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침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를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역사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긴다. 모르는 내가 들여다보아도 모든 것은 반복되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는 그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지지 않도록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일들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일은 중요할 것이다. 역 사 바 로 알 기, 정말 필요하다!!! 신숙주가 죽으면서까지 유언으로 남겼다는 말을 생각해본다. "원컨대 국가에서 일본과 화친을 끊지 마소서".. 그 큰 뜻이야 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만 이웃으로 지낼 수 밖에 없는 현실만큼은 확실하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울림을 주는 목소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