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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와 경계를 넘다 - 수의사 문성도, 5대륙 12만 킬로미터를 달리다
문성도 글.사진 / 일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태어나서 죽는 인간, 시작과 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늘 시작과 끝을 인식한다. 의미부여를 한다. 자연현상도, 우리가 행위 하는 많은 것들도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으로 구분 짓는다. 즉, 인간은 시간에 갇힌 유한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생을 사는 동안 인식의 대상들을 시간의 틀안에 가둔다. 나의 여행도 시작이 있었고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51쪽-
여행... 도대체 여행이 무엇일까? 여행이라는 말이 안고 있는 의미때문에 우리는 그 말만 들어도 왠지 설레인다. 떠남... 떠남이라는 것이 진정 우리가 꿈꾸는 것일까? 간혹 우리는 일탈이라는 말을 쓴다. 삶의 궤도에서 잠시 벗어나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딘가로의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도 아주 짧은... 그러나 거기에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의 삶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 것이다. 여행이라는 말속에 숨겨둔 그 떠남이라는 말이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그런데 가끔씩 이렇게 엉뚱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 색다르게, 그러나 깊은 각인을 남길 수 있는 그런 탈출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모든 것을 접고 가족과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사람이 있었다. 공무원이라는 철밥통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살고 있던 집마저도 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가족과 함께. 그런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그리고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 돌아와서는 어떻게 살까? 돌아와서 그가 했던 말은 이랬다. 버렸던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내가 다시 마주쳐야할 현실은 이제 두렵지 않다고. 여행이라는 건 그토록이나 커다란 의미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게 분명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여행서에 그다지 큰 유혹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읽는 순간 빠져들고 말았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나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분명 있었다. 오토바이와 함께 넘나들었던 수많은 경계속에서 그가 느껴야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슬쩍 넘겨보던 책장을 코앞으로 끌어당길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인간은 어느 상황에서나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투쟁할 수 밖에 없나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법칙이 경쟁이라면, 그것을 회피하기 보다는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하다. -21쪽-
잘 나가던 수의사가 왜 길을 떠나야 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언제, 어느 순간에 떠나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될까?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느정도의 성공? 혹은 편안함이 곁에 머물 때가 바로 그 순간일 수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여유부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는 건 그다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어느날 문득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교과서적이긴 했다. 그러나 그는 여행을 계획했고, 뭔가 남다른 방법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까지 생겼다.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건 어쩌면 그에겐 행운이었을 것이다. 오토바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말이 내게는 너무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 따로이 소형운전면허를 취득했고, 얼만큼의 연습량만으로도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떠난 길이 편할리가 없다. 당연히 개고생(?)이다. 그런데도 그는 웃고 있었다. 그 모든 걸 자기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수많은 경계를 넘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예서 말수는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대형사고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달리게 한 것일까?
사람들은 때로는 편견과 오해로 말미암아 상대가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편견과 오해의 벽이 무너지면 그것은 다만 비이성적 허상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160쪽-
그의 여행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정말 많은 곳을 거쳐갔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토록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냥 살아지는 사람들, 그저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남녀노소 모두를 막론하고, 까만색을 하고 있어도, 하얀색을 하고 있어도, 저마다의 규칙이 달랐어도 그들 모두에게 내일은 있었다. 굳이 희망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내일은 늘 오늘이었다. 그렇게 그가 들려주는 세상속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가 부둥켜 안았던 인연들이 코끝을 찡하게도 만들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었을 그가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위험도 따랐고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생겼지만 멈추지 않았다. 가끔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가 가던 길을 멈춰야만 했던 순간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많은 사진과 함께 했던 그의 여행이야기를 보면서 도전이 쉽진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 어느정도의 경제적 도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여행이다. 그러나 도전할 수만 있다면 정말 끝내주는 여행이 될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이한 여행이었다. 이런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다녀올 수 있어 행복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좋은 차는 빠르고 잘 움직인다. 또 제때 멈출 수 있다. 성능 좋은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있다. 삶도 가끔은 멈춰 설 필요가 있다. 바쁜 삶 속에서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성능 좋은 차를 타고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이라는 여정의 끝에는 해야 할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삶을 너무 빨리 몰아 붙이지만은 말자. 그동안 숨 가쁘게 살아왔다면 호흡을 조금 가라앉히자.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여전히 옳은지 한번 따져보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유혹에 이끌려볼 수도 있지 않은가. '멈춰 섬'에 대해 너무 큰 두려움을 갖지는 말자. 지나친 두려움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85쪽-
여행의 종류도 다양하다. 흔하게 말하는 베낭여행에서부터 무전여행이라는 것도 있고, 무작정 걷는 여행도 있을 것이며,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떠나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여행은 분명 우리를 자라게 한다. 그리고 깊이를 더하게 한다. 그 여행이 길건 짧건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어했을 그의 이야기가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여행을 통해 내 안의 아픔과 만나 서로 친해질 수 있다면 그것처럼 멋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치유의 방법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씩 보게 되는 것일게다. 어쩌면 글쓴이처럼 커다란 여행보따리를 짊어질 수 있다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복권 맞으면 뭐할거야? 라는 말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때가 있다. " 복권 맞으면? 음~~ 나는 일단 유럽여행으로 여행을 떠날거야. 유럽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고 싶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의 섬일주도 해 보고 싶어. 아주 작은 섬까지 모두 다 한번씩은 들러보고 싶어. 그러고도 남는다면 남는 모든 시간을 사찰 순례를 하며 살아가고 싶어." 나의 이런 상상앞에서 모두 입을 다물고 말아버리지만 나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복권이 맞으면...^___^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