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사료를 찾았을 글쓴이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저 단순히 황제의 특사로 파견되었던 사람으로만 알고 있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당시의 배경을 알게 되었다. 헤이그의 밀사는 세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고종황제의 그 간절함마저도 하늘에 닿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글쓴이의 말처럼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는 것 말고는 아는게 없었다는 게 솔직한 말이다. 그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 준.. 그의 이름은 원래 선재였다. 일본에서 배운 법지식을 나라를 발전시키는데 쓰고자 하는 각오로 '준儁'이라는 외자로 개명했다. 뜻있는 사람은 다 그런걸까? 책을 통해 알게 된 김 구선생의 이름도 놀랍긴 매한가지였다. 창수라는 이름이 왜놈의 호적에 올라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개명한 사람이 바로 김구선생이었다는 말이다. 평범한 백성들의 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백범이라는 호를 썼는데 이는 백정이나 범부와 같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명이었던 거북이(龜)를 같은 발음의 아홉 九로 바꿔 죽을 때까지 그 이름을 썼다. 김 구의 또다른 이름, 김 창수...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어른이 된 뒤에도 궁금했었던 것이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황제의 특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였다. 지금말로 이야기하자면 어떤 조건을 보고 고종이 그를 특사로 임명했느냐는 것이다. 짐이 너를 부사로 삼는 이유는 네 의지가 굴강하고, 사고가 논리적이며, 문장과 언변이 능하기 때문이나, 무엇보다도 네가 만국공법에 밝음을 알아서이노라...(-260쪽)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대충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본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듯이 휘어질 수 없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융통성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고집이 세다는 말일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이 필요했던 것일까? 어쩌면 그만큼의 강직함이나 추진력이 필요했던 거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쯤에서 흥선대원군이 주장했던 쇄국정책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그가 문을 닫아걸지 않고 오히려 신문물을 좀 더 일찍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기약할 수 없는 길을 떠나지는 않아도 되었을까? 그랬다면 한나라의 황제가 그처럼 뼈아프게 나라를 빼앗기는 순간이 오지 않을수도 있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니 알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일전에 중명전에 찾아가 문화해설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생각이 난다. 고종이 주로 머물렀다던 중명전.. 그의 모든 아픔이 함께 했던 곳이 바로 중명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을사늑약부터 헤이그 특사를 보내기까지의 일정이 이야기로 되살아나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았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거다. 이준이라는 한사람도 물론 기억해야겠지만 그 사람의 이름이 안고 있을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사람의 특사가 헤이그에서 활동했던 부분들은 대강이나마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그들의 열정이나 서러움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책을 통해서 그들이 느껴야 했을 작은 희망에 가슴을 졸였다. 그들이 가는 길마다 평타치 않았던 순간들... 다가오는 절망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질 때 그들이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준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그의 아내 이일정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는 곳으로 남편을 보내면서도 담담할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처음부터 그를 큰그릇으로 알아보았다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그린 대목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녀가 남편인 이준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은 대단하다. 지극히 평범한 한남자와 한여자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그들의 운명이 그녀가 있음으로해서 더욱 빛나는 삶을 살게 된 듯 하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다시 많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이비생각

 
중명전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


                          - 헤이그 특사 위임장 (1907.4) -




 

이 사진속에 영친왕과 을사오적이 함께 보인다. 을사오적(乙巳五賊)은 1905년 을사조약의 체결을 찬성했던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의 다섯 사람을 말한다.




고종이 주로 머물렀던 중명전의 모습.
이층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셨다는 고종은 주로 하얀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중명전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듯이...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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