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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신문을 보다가 앗! 하며 멈춰지는 순간이 있다. 이번엔 또 뭐지? 살짝 긴장감마저 생긴다. 무슨 공사를 하다가 발견되어서, 혹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들여다 보았는데... 잠깐 사이에 국보로 거듭날 수도 있는 운명의 순간이다. 존재의 유무조차도 알 수 없었으니 그 존재의 가치를 논할 수도 없었던 아주 오래된 것들의 서글픔... 모진 세월을 겪어내고 우리의 역사가 발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답사초보자의 눈에 들어오는 한 장의 사진은 충분히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부연 설명으로 전해듣는 역사가 재미있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이러저러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는 말조차도 이미 확정되어진 것처럼 다가온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가 그리 크지는 않은 듯 하다. 공사를 하다 유물인듯한 것들이 발견되면 은근슬쩍 덮어버리고 만다는 말을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며 달려왔을 우리의 팍팍함이 그 한마디속에 녹아 있다는 걸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날부터였을까? 두둥~~ 두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시작되어지던 아주 짧은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짧지만 놀라웠다. 그 짧은 순간속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담겨있었다. 커다란 덩치를 하고 있어 눈에 띄는 문화유산보다는 작으나 큰 뜻을 품고 있었던 문화유산들을 찾아낸다는 것이 더 큰 울림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냈던 한국의 유산이 묶여져 책으로 나왔다.
방송을 보면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한사람의 힘이 그토록이나 크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속해있는 '국가'라는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도 된다. 그나라를 말해준다는 문화유산... 하지만 속상할 때도 있다. 기껏 찾아내 관청에 알려주어도 귀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그렇다. 그럴때마다 중얼거리게 된다. 국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인재를 키워 나라를 위해 쓸 생각은 안하고 혼자 힘겹게 도전해가며 정상에 오른 인재는 얼싸좋다 불러다 '국가'라는 옷을 입혀 꼭두각시를 만드는 일은 다반사라는 말이다. 그러니 당장 이익을 따질 수 없는 문화유산을 홀대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져가고 있음도 인정한다. 지금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문화에 관심을 가질 때도 되었다. 이 책에서는 마흔다섯 가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갯수가 문제는 아니다. 그 하나하나마다 담겨진 의미를 새겨보는 일이 더 소중한 일일게다. 무덤속에서 나왔다는 '원이 엄마의 편지' 처럼 우리가 직접 그 편지를 보지 않았어도 먼저 간 남편을 향한 사랑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의미보다는 남편을 향한 사랑이 우리에게는 먼저 다가온다는 게 솔직한 말일테니...
지난 여름여행길에서 우연하게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양동마을을 찾아갔었다.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경주를 지나쳐가면서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 그 뜨거운 햇빛도 마다하지않고 마을을 돌아보며 한 집, 한 집 둘러보던 아들녀석이 얼마나 기특해보였었는지... 그 후에 다시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갔었다. 양동마을과 하회마을을 비교해가며 함께 이야기하던 시간은 정말 좋았었다. 그런데 그런 곳을 찾아갈 때마다 전해받는 안타까움이 있다. 대를 이어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 곳은 현재 후손이 살고 있는 곳이니 관람을 삼가해주셨으면 한다'는 안내글이 있었음에도 굳이 그곳까지 들어가 불편을 주다보니 대문을 닫아걸고 빚장을 질러버려 볼 수 없는 곳도 많았다. 문화유산이기 전에 그들에게는 생활인 것이니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주 조금만 양보한다면 굳이 문을 걸어닫을 이유가 없을테니 하는 말이다. 그럴때마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책을 보면서 마흔다섯 가지로 추스리다보니 역시 덩치 큰 유산들이 우선 순위로 올라온 듯 하여 아쉬웠다. 크게 기록유산, 인물유산,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소개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만인소였던가? 만인산과 비슷했던 유산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지방의 유생들이 뜻을 모아 상소를 올리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책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제시의 일기'와 같은 육아일기를 소개했던 적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커가는 손자를 보며 써내려갔다던 그 오래된 육아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 책속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다.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백제 금동대향로', '신기전' 과 같은 내용은 굳이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외국 경매장에서 팔릴 위기에 놓인 고종의 옥보를 찾기 위해 애썼다는 조창수나 조선왕실의궤를 찾아다니는 혜문 스님, 창고에서 발견된 한 무더기의 원고가 조선말 큰 사전의 초고본이었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 더 많이 실렸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하겠다. 인물유산도 그렇다. 이회영이라는 이름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날이 있었다. 그리고 곧 드라마로도 제작되어져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순신이나 임상옥과 같은 인물을 여러번 소개하기보다는 알려지지 못한 이름을 찾아내어 더 크게 불러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놓친 부분들이 어쩌면 '소소한 것'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크기가 작다고 의미마저 작아지는 것은 아닐테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