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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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도 이런 하루 보낸 적 있다. 한두 번쯤? 아니 여러번이다. 삶이 팍팍하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런 생각 안해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야말로 책의 제목처럼 아주 완벽하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생각이다. 아무에게도 들킬 수 없는 나만의 작전이다.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할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를 삼킨 이 괴물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떨어져내려 박살이 난다거나 아니면 끝도 없이 치솟아 올라 아무도 없는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생각,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저 많은 차 중에서 어느 하나가 미친듯이 질주해 와 나와 포옹해주기를, 아니면 신호가 바뀌기 전에 그냥 확 뛰어가볼까?  하는 그런 생각, 솔직히 한번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혹시라도 이런 나의 글을 읽으면서 음, 이 사람 좀 심각하군 혹시 우울증 아냐?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도대체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어찌보면 황당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거나, 어쩌면 주변의 누군가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의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었다거나... 뭐, 이유야 어떻든 나는 이 책속의 상황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말았다. 그럴 수 있다! 정말 충분히 그런 생각하며 살 수도 있는 일이다. 일종의 생각이었을 뿐인데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게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이렇게도 글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거구나 싶었다.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똑같다. 단지 그 방법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왜 가슴 한쪽이 아련해짐을 느껴야 했다. 무언가 잡힐 듯 하면서, 어떤 것을 본 듯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그 이상한 느낌이라니...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려 순간 책을 놓치고 말았다.  그 흔한 질문을 생각하게 된다. 왜 사는가?  사람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가?  나의 삶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끝도없이 밀려오는 우습지도 않은 생각들이라니...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놓친 것들이 많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 알 수 없다.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 책속의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은 아닐까 싶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뭔가 가려웠으나 손이 닿지 않아 긁지 못했던 부분을 긁어준 느낌이랄까? 나만 그런가? 세상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느낌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는 중요하다. 이겨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즐거움을 맛보고 행복이 이런 것일까 묻고 싶어질테니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 대신 내가 이렇게 속시원한 생각을 해 줄테니 당신은 그저 앞만 보면서 달려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메세지쯤으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하는... 그래서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심각하지 않게 죽음에 대해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또한 우리 삶의 한부분이기도 하겠기에. 평행선으로 달려가는 삶과 죽음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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