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멸종 위기의 생물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 ㅣ 라루스 세계지식사전 시리즈 1
이브 시아마 지음, 심영섭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의 목차를 대충 훑어보자. 대부분의 우리가 무시하고 사는 생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마다 특징을 잘 담아놓은 걸 볼 수가 있다. 많은 생물이 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나뉘어져 있는지, 그들의 삶은 어떻게 유지되어져 왔는지... 하지만 책은 작다. '라루스 세계지식사전' 이라는 말처럼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다. 그런 분량으로 이렇게나 무거운 주제을 다룰 수가 있다고? 그런데 책장을 하나씩 넘기면서 사전이라는 통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굳이 많은 쪽수를 할애하지 않고도 이렇게 딱 부러지게 보여줄 수도 있는거구나 싶었다. 학창시절에 단 하나의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하여 열심히 외웠던 생물 분류 단계 '종→속→과→목→강→문→계'... 이 책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파괴시켜가고 있는지, 우리 주변에서 어떤 것들이 아파하며 신음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테니까 말이다.
우리 시대는 사실상 자연에서 관찰된 '정상적'인 속도보다 1000배에서 1만배 빠른 멸종률을 보이고 있다. 지질학적 시대의 자연에서 관찰되는 정상적인 멸종속도는 대략 4년에 1종이었는데 현재는 하루에 대략 1종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32쪽-
따오기, 원앙사촌, 크낙새, 종어...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나 이런 생물의 이름은 이제 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어진 생물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조류 95종, 양서·파충류 43종, 어류 76종 등 멸종위기종 214종의 현황을 담은 『멸종위기종 적색자료집(Red Data Book)』을 발간했다는 기사를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적색자료집』이라는 명칭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빨간색 표지의 책자에 멸종위기종을 수록한 데서 유래됐다는데 멸종위기종을 수록한 총서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급함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뜻있는 몇몇의 외침에 불과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발 우리도 이제는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어린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 따오기가 이미 32년전에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니...
인간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연 환경은 없다. -51쪽-
맞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모든 생물의 천적은 인간이라고 말을 할까? 위험지역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대개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말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서 자연을 훼손한다. 나무를 자르고 물길을 막고, 바다를 메우며 오직 인간만이 살 길을 찾아 헤맨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놓아도 공공연하게 숲은 파괴되어진다. 그 힘이 때로는 만들어놓은 법조차 파괴시킨다. 파괴된 숲에서 동물이 살 수 없는 건 둘째치고 하다못해 작은 곤충이나 식물마져도 나무나 물이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풀들의 전략>이라는 책 속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잡초가 살 수 없는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고. 점점 더 많은 곳이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데 그것이 누구 탓이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인간인 우리가 빠른 산업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지구의 기온을 높여놓은 까닭이다. 지금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는 자연재해가 바로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물난리가 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폭설 때문에 야단이다. 이쪽에서는 며칠 째 산이 불타고 있는데 저쪽에서는 골프공만한 우박이 내리기도 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고만 한다.
인간에 의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종은 증식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 -83쪽-
얼마전 방송에서 꿀벌이 사라져가고 있다,라는 주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토종벌이 집단으로 죽는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우선 급한대로 서양벌들을 풀어놓았다. 토종벌보다는 생명력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벌을 키우는 사람들은 걱정을 앞세웠다. 이로 인해서 우리의 토종벌들이 사라져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하고... 벌뿐일까? 곰쥐나 고양이는 새를 전멸시켰다. 모피용으로 뉴질랜드에 수출되었다는 주머니쥐가 숲과 새둥지를 파괴했다. 민물낚시용으로 들여놓았다던 나일퍼치는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강의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엉뚱한 곳으로 와서 '생태5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뉴트리아, 베스, 블루길,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같은 외래종들은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단 몇 년만에 뒤흔들고 파괴했다. 그것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되는 경위를 살펴보면 모피용이나 식용이었다. 단지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런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들어오는 외래종이 증식을 잘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사람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더 강해지려 한다는 걸 생각해보라! 다른 생물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말이다. 단순히 인간들의 취미생활로 희생되는 것들도 많다. 인간의 몸에 좋다고 약용으로 쓰이는 동물이나 식물은 또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만약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에는 식물종의 3분의 2가 위험에 빠질 것이다." -128쪽-
<툰드라> 라는 제목의 다큐를 시리즈로 본 적이 있다. 도시개발이라는 형태나 벌목 따위의 끔찍한 일 때문에 그곳에서 삶의 모든 걸 해결하던 원주민들조차 쫓겨가듯이 밀려나고 있었다. 아마존의 원시림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는 허파노릇을 하는 건 아닐게다.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온전히 모든 것을 맡긴 채 삶을 지탱하고 살아가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곳이 바로 우리의 허파이며 심장일 것이다.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던 물과 흙이 변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던 물고기와 동물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곳을 들락거리는 트럭의 배기가스와 소음으로 인해 이미 숲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태계의 보고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글프게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환경은 자생능력이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환경쓰레기가 바다를 떠돌다 하와이까지 갔다. 대단히 먼여행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안은 물론이고 일본등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환경쓰레기나 중국의 환경쓰레기등은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하와이의 해변에서도 그랬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어떻게 그토록이나 먼 곳까지 흘러갔느냐가 아니다. 흘러가는 동안 부서지고 분해되어져 물고기의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미세하게 분해되어진 환경쓰레기들은 바다에 떠다니는 미생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실험삼아 잡아본 물고기 뱃속에서 나왔던 플라스틱 조각들이라니! 우리는 그런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산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재앙일 뿐이다. 그러니 누굴 탓하겠는가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멸종위기라는 것 역시 우리가 만들어내는 재앙이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해답을 쥐고 있을테니 마냥 뒷짐지고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될 발등의 불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새가 없어지고 벌이 없어지면 그 다음은 식물이 사라질 것이다. 식물은 모든 생태계의 기본이다. 멸종위기라는 것이 단지 말로만, 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조금 늦으면 어떤가. 이제는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세상이라는 걸 알아야만 한다.
이 책의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제목이 그냥 스쳐지날 수 없게 한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 우리가 꼭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겠지만 그 중요함 역시 주관적일 수 밖에 없기에 조금은 신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다 읽고나서도 나는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문제화시킬 수 있었는지 '자연의 적은 오직 인간뿐' 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산업화니 개발이니 하는 것을 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화나 개발에 끼워넣기식으로 전개되는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만 한다. 개발의 한귀퉁이에 끼워맞추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에게 먼저 맞춰주는 개발이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해야만 하다.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지구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금의 우리도 신음하는 자연의 대재앙을 몸으로 겪으며 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 그것도 아주 작은 존재일 뿐이다. 자연을 떠나서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일테다. 동물이나 식물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해도.....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