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발견 - 내 안에 잠재된 기질.성격.재능에 관한 비밀
제롬 케이건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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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얼만큼의 차이가 있을까?  대체적으로 저런 질문을 받으면 곧잘 대답하는 말이 내성적이라거나 외향적이라거나 명랑하다거나 조용하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성격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그렇게 판에 박힌 대답을 하는 것일까? 성격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각각의 성질이나 품성이라고 나온다. 성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살펴보자고 들면 역시 좀 전에 대답했었던 그런 말로 나뉘어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말은 주로 보여지는 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낙천적이라거나 가식적이라거나 저 사람은 정말 고리타분하다거나 집중력이 좋고 매사에 철저하니 완벽한 사람이라거나, 대개가 이런식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 그사람하고 같이 살아봤어? 라는 말을 가끔 하게 되는데 그만큼 남에게 보여지는 것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까이에서 느끼는 성격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 모양이다. 우습게도 살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마~ 라는 유행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질'이라는 낱말과 마주치게 된다.  '기질'은 또 무엇인가?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정서적 반응을 보여주는 각자의 성격적 소질이라고 나온다. 성격적 소질이라고?  내친김에 비슷한 말을 한번 더 찾아보기로 한다. 성질 : 각자가 지닌 마음의 본바탕, 성품 : 각자의 성질이나 됨됨이, 됨됨이 : 사람이나 물건의 생긴 품, 인격 : 사람으로서의 품격 등... 찾아보았던 말을 통해서 한번 짚어보자면 겉으로 보여지는 뜻도 있지만 보여지지 않는 내면을 말하는 의미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성격이라는 말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것도 같다. 성격이라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정의내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해 볼 때는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성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책을 펼쳐들면서 나에게 궁금증을 만들어주었던 질문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을 풀어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했던 말이 바로 '기질'이었다. 자극에 대한 반응 따위를 이야기한다는 '기질' 은 유전적일까? 라는 것부터 파고든다. 유전자에 의해 '기질'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도 '기질'은 좌우된다는 거였다. 태교 역시 '기질'을 생각해볼 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말하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 '기질'이라는 게 살아가는 사회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역설적이게도 '성격'속에 '기질' 숨어있다는 말처럼 들려 조금은 놀랍기도 했지만 예를 들어주며 이해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유전적인 '기질'이 어떤 '성격'을 만들어내는가는 그 부모의 교육태도나 성향에 따라서, 혹은  그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가정과 사회의 환경속에 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규칙화되어버린 사회적인 규제에 따라 그 '성격'의 유형이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가 흔하게 이야기하는 MBTI라는 성격의 유형도 어느정도는 이미 만들어진 일례에 불과할 뿐이다. 이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은 어쩌면 이미 만들어놓은 틀에 자신을 짜 맞추는 형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남자답기를 바라고, 여자답기를 바라는 가정이나 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사회생활을 통해 만들어지는 계급이나 서열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 모든 요구조건에 맞추어지는 것이 '성격'이라는 말이 아닐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같은 형제지간에서도 첫째냐 둘째냐 혹은 막내냐에 따라 성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생존본능일테니까. 첫째나 막내에 비해 둘째는 사랑에 목말라 한다는 말을 이 책속에서도 볼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첫째는 첫째라서, 막내는 막내라서 더 이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을테니까. 그러니 둘째는 지독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제 몫을 챙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좀 더 악착같아야 강해질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다보니 내 시선을 잡아끄는 한 문장 때문 다시금 생각에 잠기게 된다. 경험이 기질을 바꿀 수 있는가?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대답을 하고 싶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이 바로 인간인 까닭이다. 그 밖에도 남자와 여자가 왜 다른지, 성격이나 기질이 과연 민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불안감과 우울은 왜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글이 장황하게 펼쳐진다. 하다못해 지리적인 요인까지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다. 세상에 똑같은 성격은 단 하나도 없으며 사회라는 틀에 의해 성격은 만들어진다는 거다. 남자와 여자는 같을 수가 없으며 시대나 문화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가 있다는 거다. 인간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격을 '본성'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또 '기질'과 통하는 것일까? '본성'이라는 말을 '천성'이라고도 한다는 데 이쯤에서 나는 또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은 본디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물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처음부터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하는 잣대를 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모든 것은 형성된다는 말일테다. 사실 나는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건 아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 책속에는 답이 없는 듯 하다. 그냥 그럴 것이다, 라는 주장만을 보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 우화 한토막을 꺼내본다. 너의 마음속에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같이 살고 있단다. 그 놈들은 네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살지. 어떤 녀석에게 먹이를 줄 것인지는 너의 선택이야. 너의 먹이를 받아먹은 놈이 덩치를 키울테니까 말이다. 자, 너는 어떤 녀석에게 먹이를 주겠느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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