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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지도 지리 이야기
디딤 지음, 서영철 그림 / 삼양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집집마다 지구본이나 세계전도 하나쯤은 모두 비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어쩌다 한번 나라이름이나 그 나라의 수도를 찾아보기 위해 들여다보는 경우가 더 많다. 지도, 지도는 길찾기에만 사용되어지는 것일까? 지금은 navigation 이라는 편리한 기계 덕분에 지도책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길을 보여주는 지도책이 없어도 잘 찾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지도라는 말 자체가 우리에게는 너무 먼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우리의 시선 곳곳에서 마주치는 게 지도다. 우리곁에 항상 가까이 두고보는 지하철경로 역시 지도인 까닭이다. 지도에는 위치와 길만이 표시된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배경이 담겨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의 모든 역사가 담겨져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지명조차도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지도책을 펴놓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세계여행을 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 여정을 따라가는 셀레임이 괜찮았다. 원시인들이 단순하게 먹을 것이 많았던 곳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다는 지도의 기초. 그리고 수많은 탐험가들에 의해 지도는 변형되어져 왔다. 히말라야 최고봉이라는 에베레스트가 그 산을 처음 발견했던 영국인 조지 에버리스트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세계지도속에 존재하기 시작했을까? 지도제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는 이슬람 학자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를 통해서였다. 그 지도에 우리나라가 신라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등장했다고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지도의 제작시기가 1154년이라고 하니 우리에게도 의미가 큰 지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1594년에 네덜란드의 지도학자였던 폴란치오가 그린 지도속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코라이(Corai) 라는 이름으로 표시되었다는 걸 보면서 우리 역사속의 고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거기에 길쭉한 섬나라로 그려져 있었던 것은 당시 서구인에게 조선이 둥글거나 길쭉한 섬나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나는 왜 그 말속에서 일본이 읽혀지는건지...
우리나라 지도를 이야기하다보면 당연하게 뒤따라오는 이름이 있다. 김정호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일제에 의해 망가져버린 우리의 역사가 또한번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잘못되어진 역사관을 뜯어고치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더 경악스럽다. 1402년에는 당시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조선의 세계지도가 그려졌다는 데 그게 바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우리손으로 그린 세계지도란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단다. 중국 원나라에서 들여 온 지도를 기본으로 조선과 일본의 지도를 결합하여 그렸다는 지도.. 하지만 그 지도에서는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과연 책 속의 말처럼 그런 이유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지도라는 점에서 보면 그 말에 공감하기가 쉽진 않은 듯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의 지도에서 독도는 한국영토였으며 일본해가 아닌 동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토록 시달리고 있는 것인지....
지도를 따라 여행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특색있는 나라들을 만날 수 있어 심심치 않았다. 일전에 아인스월드의 미니어처를 관람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모로코의 고대도시 페즈.. 신기하게 보여 한참을 바라보았었다. 지도조차 그릴 수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골목도시를 바라보면서 과연 저런 도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그리고 사막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보고 이제사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지도를 들고 있어도 길을 잃는다는 그 도시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진다.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어떨까 한번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가 어디일까? 나는 지금까지 바티칸 시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빌딩 한 채가 나라 땅 전부인 그보다 더 작은 몰타기사단국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나라가 이탈리아의 로마에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영토라는 말을 쓸 수도 없다는 그 나라는 작은 집단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세계 각지에서 병원 경영과 의료활동에 활발하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그런가하면 지도상에서 색이 칠해지지 않은 구역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전히 영토분쟁중인 까닭에 어느 편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어 하얗게 놔두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식시리즈라고 이름붙인 시리즈물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 은근 중독성이 있다. 이제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또 보게 된다. 생각보다 알찬 내용들이 볼 때마다 나를 설레이게 한다. 학창시절을 제외하고 내게 지도나 지리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까? 기껏해야 산을 다니면서 지도를 본게 다였다. 이 책은 <세계지도 지리이야기>라는 제목을 보면서 그냥 딱딱한 지도이야기려니 했던 어설픈 나의 선입견에 보기좋게 한방 먹여준다. 그야말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그렇지않다면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그런 이야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지도라는 걸 통해서, 그리고 지리적인 어떤 특성에 의해 생겨나게 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절대 심심하지 않은 책이다. 책을 덮으면서 다음 시리즈는 어떤 주제를 담고 있을지 또 생각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