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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우답 -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백성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라는 소제목이 가슴 한켠을 싸아하게 한다.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나를 힘겹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않고 살아가는 사람 몇이나 될까? 내 것인데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바로 마음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중에서 아마도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늘 '마음공부'라는 말에 유혹을 당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게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무슨 구도자도 아니고 이렇다할 철학책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심의 평안을 바란다는 게 어쩌면 욕심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늘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말을 이 책에서 또 만나게 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중에 알았다. 그 말이 불교 경전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나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종교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종교가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따지고보면 형식만 다를 뿐 같은 뜻을 가진 것이 우리의 종교인데 잡아먹을 듯이 서로 으르렁대는 걸 이해할 수 없어 그랬던 것 같다. 서로가 내세우는 계율조차도 가만히 살펴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들은 행함보다 먼저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욕심이다. 모두가 제 욕심을 버리지 못하니 그렇게 힘겹다.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인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어느샌가 내용은 없어져버리고 형식에만 치우쳐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게 우리네 종교의 현실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part two '새롭게 깨어나기' 의 '되돌아보고 내려놓다' 편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사리舍利를 만드는 사리事理' 부분과 '형식보다 핵심을 보다' 부분은 바로 그런 걸 콕 집어주고 있으니 너니 나니 할 것없이 다시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 오른손도 모르게' 라는 말을 통해서 배운 것도 있다. 단순하게 받아들였던 그 한 구절의 의미가 다시금 내 안을 울린다. 남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그 뜻을 나는 이제사 알게 된다. 또한 사람의 마음에는 단 하나의 문이 있는데 문을 열수 있는 문고리는 안에 있으니 나 스스로 문을 열지 않으면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는 것도 많이 들어왔던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 문고리를 잡고서 항상 망설였던 것도 나였다. 그러니 더이상 말해 무엇할까? 무심코 뱉어내던 '원래 그래!'라는 말, 그 말을 하면서 얼마나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원래부터’는 원래 없다,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다시한번 다잡아보게 된다. 우리가 너무 쉽게 말하고 있는 '무소유' 라는 말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문우답'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읽게 되었던 신문 칼럼 하나. 칼럼을 읽으면서 마음 한쪽이 따스해졌던 기억을 떠올린다. 신문을 펼쳐 그 칼럼을 읽을 때마다 두근거리던 내 마음을 기억한다. 참 좋다! 참 좋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었는지.... 스크랩을 하면서 종교기자라는 것도 있구나 했었다. 이렇게 종교를 대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편하게 알려주는 글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좋았던 글들이 묶여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지금도 이 칼럼은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을 말하면서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기자의 마음이 부럽기까지 하다. 불교다 카톨릭이다 기독교다 하는 식의 경계선은 기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낮고 낮은 문지방에 불과할 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름답다. 어울릴 줄 알고, 아우를 줄 아는 기자의 마음과 같이 우리의 종교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칼럼을 읽으면서 나도 이것만큼은 기필코 실천해보리라 다짐했었던 글을 책속에서 다시 만난다. '사람을 살리는 꾸중의 법칙' 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백퍼센트 공감하는 마음이 들어 부끄러웠었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읽어봐야겠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