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박지원 원작, 허경진 글, 이현식 사진 / 현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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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에 싫도록 외워야했던 부분이기도 하니.. 하지만 시험문제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열하일기>를 만나보려 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서 다시 대하게 된 <열하일기>였으니 하는 말이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정조때 중국을 기행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허생전>이나 <호질>도 이 책속에서 만날 수가 있다.  우리의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책으로 나와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허생전>의 경우 사실 박지원의 글은 아니다. 그가 듣고 정리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을 마치 박지원이 지은 글처럼 느껴야 한다는 것은 좀 그렇다. 그것도 옛날이야기 형식으로 남의 말을 빌려 적었던 글일뿐이다.  양반을 혼내주는 호랑이 이야기 <호질> 역시 남의 집에 걸린 문장 한 편을 보고  베껴와 지은 글이다. 베낀 부분에 잘못된 곳이 수없이 많았고 빠뜨린 글자와 글귀가 있어 문맥이 맞지 않았지만 대략 내 뜻으로 고치고 보충하여 글 한 편을 만들었다,는 말이 이 책에서 보인다.

흔히 우리는 박지원을 실학자라 칭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중국여행을 하면서도 그가 유심히 보았던 것은 중국의 멋진 경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집을 짓을 때 벽돌을 쌓는 방법이라거나, 중국의 구들을 보고 우리나라 온돌과의 차이점을 생각해냈던 사람이 박지원이었다. 아궁이를 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굴뚝을 내는 것까지 세심하게 살펴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백성들에게 좀 더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했다는 말도 될테지만 그가 돌아와 이 책을 지은 후의 파장은 대단히 컸다. 정조때 그 유명한 '문제반정'을 몰고오는 계기가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문체반정'은 사실상 글줄이나 읽을 줄 알았던 사람들의 두려움이었다. 백성이 깨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 당시의 사대부정신을 알게 해 주기도 한다. 정조 역시도 그런 점을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책속에서도 볼 수 있지만 박지원은 한갓 글만 읽을 뿐이니 참된 학문에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런류의 말은 허생전에서도 볼 수가 있다) 새롭게 변해가는 시대를 받아들일 줄 알았던 사람들이 실학자라는 말을 들었다. 그 변화속에 적응해나가야 하고 새로움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옛날만을 고집하며 살았던 그들이 바로 사대부였던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 것인지 영웅이 시대를 낳는 것인지 다시한번 짚어볼 일이다.

작은 책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단순한 기행의 형식만을 띠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왠지 부끄럽기도 했다. 기행문의 형식을 빌려왔을 뿐 이 책을 통해 박지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하다. 무엇보다도 <허생전>과 <호질>의 배경을 알 수 있었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쓸데없는 명분을 내세웠던 성리학이 지고 이용후생利用厚生이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이나 연암 박지원, 추사 김정희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를 따라왔던 인물이 있었는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인조의 아들 소헌세자였다. 그 역시 변해가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았던 인물이었다. 후에 효종이 되는 동생과는 달랐다. 만약에 그가 왕이 되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안타깝게도 그에 따르른 댓가가 너무나도 컸지만 우리 역사속에도 그런 인물은 많았다. 우리가 좀 더 빨리 실학에 눈을 떴다면 어땠을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왠지 서글퍼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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