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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 이색박물관 편 ㅣ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1
이용재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궁극의 문화기행... 이 책 한권이면 박물관 여행은 끝이다? 제목부터가 상당히 자신감 있다. 사실 박물관에 관한 책은 많다. 이색박물관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얼굴내미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매혹을 느낀 것은 박물관을 통해 우리문화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소제목때문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서 문득 '행복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쓴 책을 한번 찾아보았더니 꽤 있다. 우리문화에 대한 기행이 대부분이다. 그 문체는 어떤가? 이 책만 그런줄 알고 미리보기를 해 보았더니 작가의 문체는 한결같다. 박물관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알몸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거침없이 들이댄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분위기는 아니다. 뭔가 엄숙해야 하고 떠들면 안되는 그런 분위기..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나도 무거운 분위기다. 그 분위기에 눌려 박제되어진 문화를 눈으로만 보고 오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형식을 탈피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신기한 것은 처음엔 약간의 거부반응이 이는 듯 해도 결국엔 그 말투에 동화되어버린다는 거다. 오히려 그렇게 다가오는 박물관이나 그 박물관이 품고 있는 우리의 역사가 더 편하게 느껴지니 이게 무슨 일인지...
그냥 책으로만 배우는 우리문화나 역사는 따분하다. 그리고 너무 짧고 얕다. 그래서 우리는 박물관을 찾아가는지도 모르겠지만.. 박물관을 말할 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로 박제되어진 역사라고 한다. 그래서 내게는 틀 안에 갇혀진 우리문화보다 자연속에 어울어진 우리문화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보고나서 나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마음 먹는다. 박물관을 대하는 나의 편견을 깨자고.. 내가 그렇게밖에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는 말이다. 재미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문화기행은 가벼운 문체와는 달리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다. 박물관의 형태보다도, 무엇을 전시하고 있는가보다도 그 박물관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왜 이 박물관이 우리곁에 머무는가를 한번 더 짚어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도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이력에 대해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여간 재미있다.
박물관이 만들어지는 경로가 특이하다. 몇 안되는 대한민국 건축가들의 생각을 함께 읽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주 멋진 생각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박물관을 설계하고 만드는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마져도 들게 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박물관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갖은 위엄과 갖은 명분으로 사람위에 올라서고 싶어하는 박물관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죽어있는 박물관보다는 살아 숨쉬는 박물관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것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난다. 건축가들이 열심히 설계하고 만든 건축물의 기공식을 할 때 정작 그자리에 있어야 할 만든사람의 이름은 초대장에 적혀있지도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단 한번도 와보지 않았던 높은 양반들만이 그 기공식에 초대되어진다고... 그래서 건축가는 슬프다고 했던가? 하여튼 이 책속에서 거론되어지는 몇 안되는 건축가들의 이름만큼은 기억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마력이기도 하다.
쇳대박물관, 허준박물관, 한국고건축박물관, 무주곤충박물관, 왕인박사유적지, 상주자전거박물관, 장생포고래박물관, 테디베어박물관, 제주 유리의 성... 등등 저자는 전국을 떠돌며 이색박물관을 다녀왔다. 가고 싶은 곳도 많아 군침을 흘리지만 여건상 쉽게 찾아질 수 없는 박물관이 더 많아 아쉽다. 우선 내고장의 박물관부터 찾아볼 일이다. 그렇게해서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갈 수 있으리라 한다. 얼마전에 다녀왔던 진천의 종박물관이 생각난다. 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미세한 차이로 종소리가 다르게 들리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에 남아있다. 우리의 종소리가 그런 울림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몇 번을 듣고 또 듣다가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는데 저 많은 박물관들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그런데 영월 책박물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사재를 털어 강원도 산골 폐교에 책박물관을 만들었을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월의 대표적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데... 하지만 얼마전에 신문을 통해 그 책박물관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영월군에서 폐교를 비워달라고 했다고.. 썩어빠진 관료주의의 행태를 견뎌내지 못하고 쫓겨나야 할 박물관장은 그 많은 서적들을 어찌해야하는지 태산만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언제까지 우리는 뜻있는 사람들의 기를 꺾어가며 관료주의체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인지 기사를 보면서 엄청 화가 났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궁금증이 수그러들지가 않았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영월에 가면 변함없이 책박물관이 우리를 맞이해 줄 수 있기를.. 그가 뜻한바를 짓밟지 않고 그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정체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