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불화전'을 관람했었다. 마침 우리문화를 공부하는 모임이 있어 함께 갈까 했는데 지인의 소개로 스님의 해설을 듣게 되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이미 경건함을 갖게 하시던 스님의 손짓 하나하나가, 말소리 하나하나가 내게 알 수 없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다. 끝내는 벅차오르는 마음이 있어 찔끔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해설을 끝내시면서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많다며 지난밤 밤새 엮으셨다는 작은 염주를 하나씩 나눠 주셨는데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그것을 받아들던 내 마음에 정말이지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졌었다. 그만큼 아는 사람, 즉 그 분야에 몸 담고 계신 이들의 말소리는 작지만 커다란 울림을 안겨주기도 한다. 우리문화 답사를 하면서 맨날 그 모양이 그 모양인지라 짧은 내 지식만 한탄하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사찰에 관한 여러종류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불교의 교리라거나 사찰에 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사찰 구석구석에 놓여져 있는 것들이 나는 알고 싶었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닐텐데 내가 모르는 것들... 바로 그런 것들을 알고 싶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딱맞는 책일 것이다. 사찰의 모양새를 결정하는 전각들부터 시작해서 앞 뒤로 장식물처럼 서 있는 석탑이나 석등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기법에 의해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그자리에 서 있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그만인 책이다. 불교에 몸담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쉽게 다가오는 의미들이 사진과 함께 나의 시선속으로, 혹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사찰을 찾아가게 되면 전각앞에 그 전각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설명해 놓은 안내판을 많이 보게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그래서 날보고 어떻게 이 전각을 이해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공포가 어떻고 주심포가 어떻고 하는 말들을 이해하기 위해 책장을 넘겨보기를 몇번이었는지... 전각에 모셔진 부처님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건축물에 대한 어려운 설명부터 대하고보니 전각안을 들여다볼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말일게다. 사실 전각안을 들여다보아도 맨날 그 불상이 그 불상이다. 그런데 저자가 그 점을 콕 집어 긁어준다. 건축물에 대한 어려운 설명보다도 그 안에 모셔진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그 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 것인지를 알려준다면 오히려 더 편하고 쉽게 사찰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맞는 말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정말 머리숙여 감사할 일이다. 작은 것까지 사찰의 모든 것들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옛날에 자신이 해왔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금은 한 구석에 처박혀 있다고는 해도 그런 것들이 그냥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卍자 하나를 보더라도 우측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좌측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한번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그게 그거려니 했었다는 말이기도 할테다. 조금 알게되니 재미있기도 하려니와 한번더 쳐다보게 된다. 멀리서 보기보다는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을... 그 작은 진리를 놓쳐버리고 우리는 왜 허울과 형식치레에만 묶여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문화가 좀 더 쉽게 다가온다면, 맨날 그것이 그것인 우리것이 아니라 속을 알 수 있도록 누군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우리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궁금했고 알고 싶었던 것들이 이 책속에는 많았다. 조금이라도 궁금증이 생겼던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사찰에서 행하는 의식에 대해서, 그리고 스님들의 생활을 살짝 언급하며 산사에서의 하루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나의 종교가 아니라하여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만 알고 있어도 결례를 범하지 않을 듯 하다. 사찰을 빼고서 우리문화를 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보다도 오랜 역사가 숨쉬고 있는 우리의 문화를 대한다는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찰을 찾아갈 때 함께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