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그 천년의 이야기 - 상식으로 꼭 알아야
김동훈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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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도대체 그 건축이라는 게 무엇일까? 그저 바라보기에 멋지고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주목할만한 꺼리가 된다. 그 건물을 어떻게 지었는지, 어느 시대에 지었는지, 지붕은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지, 장식은 또 어떤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단순히 생긴것만을 보지 말라고. 그 건축물이 안고 있는 시대와 역사를 함께 봐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살았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굳이 세계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국내의 건축물중에서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건물은 많다. 거기다가 제가각 다른 형식을 띠고 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건축용어도 사실은 어렵다. 낯선 낱말들을 풀어 헤쳐놓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아무리 설명해봐야 잘 들리지도 않는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게다.  답사를 시작하면서 듣게 되었던 우진각 지붕이니 팔작지붕이니, 다포식이니 주심포양식이니 했을 때의 생소함을 떠올린다. 살펴보자고 들면 끝도없는 것이 또한 건축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그렇게 복잡한 건축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건축물들을 보여주면서. 건축이 발달하게 되는 요인과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건축물의 변화무쌍함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예루살렘 성전을 보여주면서 고대 건축물을 읽으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을 통해 고전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수도원이나 교회를 통한 중세 기독교 건축은 실로 웅장하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뾰족한 첨탑 두개가 위용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은 정말 끝내준다. 두개의 첨탑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세워졌기에 같은 건물에 붙어 있으면서도 다른 모양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데 왕의 문을 장악하고 있는 조각들은 정말 압권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조각 작품 하나마다 다른 동작과 표정들이 정교하게 세겨져있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흔히 들어왔던 바로크와 로코코 건축양식이 바로 그 뒤를 잇는다. 로코코는 프랑스 귀족 사회의 생활을 미화하기 위한 장식같은 것에 대하여 쓰인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생활위주의 소규모 공간을 창출하는 건축이 되었고, 카톨릭 교회의 부흥과 절대 왕권을 옹호하기 위해 발달했던 바로크 양식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는데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면 정말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들까?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곳의 장식들은 정말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마리 앙뜨와네트를 위해 완성했다는 프티트리아농은 한번쯤 가보고 싶다. 작은 농촌마을로 만들어진 그곳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러시아의 크렘린궁이나  붉은 광장의 성바실리성당의 양파모양 지붕은 마치 동화속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해준다. 책장을 넘기다가 체코의 성요한 순례성당을 보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별 모양의 예배당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을 보면서 나는 우리 역사속의 궁궐을 떠올렸다. 지금은 회랑의 존재조차 의심할 정도로 찾기 힘든 우리궁궐의 모습...  옛기록을 찾아보면 회랑으로 연결지어진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건축물들에서 회랑으로 이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은 홈들을 찾아보기 바란다. 순교자 성요한 네모무키의 무덤위에 세워졌다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성요한 네모무키를 하늘로 인도한다는 천사들의 무리 조각이 환상적이다. 성당을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5개의 작은 예배당이 서로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한편의 스릴러물이나 추리극을 잉태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웃어보기도 한다.

18C 말에 이르러 겉으로 치장된 모습보다는 절대적인 순수미를 추구하였다는 근현대 건축물의 시기가 왔다. 그런데 그들이 눈을 돌린 것은 공교롭게도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물이었다. 그렇게 해서 '신고전주의 건축'이 생겨났고, 일정한 양식에 구애받지않고 모든 양식을 절충한 '절충주의 건축'이 유행하기도 했다. 19C 말에는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새로운 재료들로 에펠탑과 같이 철근 구조를 이용한 건축양식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자연형태에서 표현을 얻고자 했다던 '아루누보건축'은 아이러니하게도 철과 유리를 재료로 이용했다. 콘크리트를 실험적으로 이용했다는 암스테르담 방어선은 현재까지도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주변환경과 어울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라고 하지만 이 멋진 세계문화유산도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라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일전에 읽었던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라는 책에서 가우디라는 건축가의 이름과 그의 작품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한지라 그의 이름을 보게 되니 반갑기까지 하다.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특징을 담고 있다는 구엘 공원은 안토니오 가우디의 생애 최대의 작품이라고 한다. 빛의 저택이라고도 한다는 구엘 저택은 사진만 보아도 정말 멋지고 황홀하다. 가우디의 건축에서만 볼 수 있다는 우물같은 안뜰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우리 전통가옥의 안뜰에서 올려다 본 하늘과 닮았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연의 숨결을 거스르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다음장에서 펼쳐지는 바우하우스는 왠지 좀 낯설게 다가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적인 것들이 투영된 듯 한 느낌을 준다. 왠지 정이 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그렇다면 동양의 건축은 어떨까? 동아시아의 건축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서양건축, 이슬람건축과 함께 세계3대 건축의 하나로 인정받는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중국 건축. 당연히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았음이다. 궁궐이나 사찰 건축, 능묘건축을 보더라도 중국색깔이 짙게 베인 것을 어쩔 수가 없으니 하는 말이다. 바깥쪽으로 살짝 치켜올라 갔든 그냥 내려왔든 처마가 주는 아름다움은 내게 있어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음양사상을 담았다는 사찰건축이 주는 안정감은 우리나라의 사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며, 영혼불멸의 사상으로 인해 발달하게 된 능묘문화 역시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걸작임에 분명하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까닭에 한국, 중국, 일본 세나라의 건축물은 외형적으로 보면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멋을 찾아낸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게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특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중국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는 고구려의 유적이 남아있지 않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처마를 받쳐주는 공포와 단청의 화려함은 스쳐지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했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그런데 똑같이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사찰 건축물은 우리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주종교로써 오래 지탱하지 못한 채 힌두교와 이슬람교에게 밀려났다는 이유가 있기는해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이나 자바섬의 보로부두르불교사원, 미얀마의 아난다 사원의 건축양식을 보면 정말 특이한 느낌을 전해받는다. 알함브라 궁전이나 타지마할 역시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눈이 호강했다!! 잉카도시 마추픽추도 보았고 또다른 피라미드가 있는 마야문명의 욱스말도 보았다. 세계문화유산은 전세계 151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911점에 이른다. 그 중에서 그토록이나 아름답다는 건축문화를 돌아 보았으니 언제 또 이렇게 눈이 호강을 할 수 있을까? 몸과 마음도 함께 호강할 수 있는 그 순간을 그려본다. 세계문화유산을 살펴보면 문화유산이 704점, 자연유산이 180점, 복합유산이 27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이 9점으로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수원화성, 창덕궁,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이며, 제주 화산섬및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한번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진다고해서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고 보존해야만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번 등록된 문화유산이 취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남는다. 그러자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외형만 슬쩍 보고 지나치지 말고 그 문화유산들이 안고 있는 내면을 볼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풀리지않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은 역사속에 있다던 극작가 신봉승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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