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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역사 - 상식으로 꼭 알아야
이경윤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장면 하나, 말이 끄는 두 대의 마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경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장면 둘, 넓은 원형의 경기장 안으로 장정 두 사람이 들어온다.. 그들 중 어느 한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들은 싸운다.. 그리고 스텐드에 앉아 그들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장면 셋, 어린 꼬마가 부모와 떨어져 혹독한 훈련을 받으러 떠난다.. 늑대와 마주쳐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전사가 되어 돌아온다. 끝도 없을 것같은 경쟁과 죽음을 함께 보여주는 시대적 배경이 압권이었던 영화 <벤허>, <글래디에이터>, <300> 의 장면들이다. 그 영화의 장면이 되는 배경이 바로 로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전에 존재했었다던 로마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깊이 우리의 의식속에서 회자되어진다는 것만 보아도 대단한 국가였음엔 틀림없어 보인다.
로마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아마도 카이사르 (보통은 율리우스 시저 라고 부름) 와 그의 부하 안토니우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나 더 곁들인다면 그들 곁에 존재했었던 이집트의 여인 클레오파트라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로마가 번성했을 때 도로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그때문이다. 그 도로를 건설하게 되는 목적은 수많은 속주를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로마는 정복한 나라들을 모두 속주로 삼아 다스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당시의 로마인들이 육교나 다리, 터널등을 이용하여 도로가 끊어지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말,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거나 "왔노라,보았노라,이겼노라!", "브루투스여, 너마저!"라는 말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했던 말이라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안다. 정적 폼페이우스를 잡기 위해 들어갔던 이집트에서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를 만난다. 그가 죽고 다시 안토니우스의 품에 안기게 되는 클레오파트라는 두 남자에게는 분명 맹독이었을 것이다.
음식과 오락거리가 전부 공짜로 제공되고 3일중 하루가 쉬는 날이라면 당신에게는 천국일까? 바로 그 천국이 로마이기도 했다. 문화적 풍요를 누렸으면서도 온갖 타락과 쾌락이 난무했던 나라, 로마.. 기나긴 역사속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태어났고 죽어갔다. 그 역사를 쓰기 위하여 수많은 황제들이 시대를 거쳐갔으며 많은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장에서 보여주는 로마의 건국신화를 보면서 왜 그리스로마신화라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웅 카이사르의 등장으로부터 로마제국은 시작되어졌고 그 뒤를 이은 옥타비아누스는 '만인을 능가하는 권위'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으며 200년 평화의 시대인 '팍스 로마나'의 서막을 열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도 생겨났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존재하는 법이다. 어찌 훌륭하고 좋은 황제들만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악명 높은 황제로 너무나 잘 알려진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 등 4명의 황제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어머니를 죽이게 된 후 -물론 어머니를 향한 반항심에 그렇게 되었지만- 폭군으로 변하게 되는 네로황제의 이야기, 자신을 거역한 사람들이나 중죄인을 잔인한 검투사 경기장에 집어넣었던 칼리굴라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었다. 로마의 정복에 쓰러져간 나라들이 모두 속주가 되고 속주를 다스리는 사람들의 횡포도 날로 심해져 많은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복자의 횡포와 가진자의 탐욕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종 6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로마는 어떻게 세워졌을까? 를 다루는 1장에서는 그리스 신화를 받아들이는 로마의 배경과 로마를 건설한 로물루스이야기와 시민중심의 왕국이었던 당시의 로마를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는 로마를 그리고 있으며, 속주를 다스리는 귀족들의 횡포에 맞서는 노예들의 반란 -스파르타쿠스의 난과 같은- 이 보이기도 한다. 3장을 통해서는 로마의 제정이 시작되는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4장에서는 앞서 말했던 악명높은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한결같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으나,로 시작되어지는 황제들의 악행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로마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5장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를 만날 수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왕으로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멸망으로 치닫는 로마를 다루고 있는 6장에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모델이 되었다는 콤모두스의 이야기가 있고, 황위를 경매에 붙이는 황당한 사건도 보여준다. 혼란의 시기에 노예출신의 황제가 나타나기도 하고,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할되기도 한다. 다시 통일하는 콘스탄티누스 황제때에는 종교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스도교가 들어오기 전의 로마속에는 모든 신들이 함께 했었지만 그리스도교가 들어온 뒤로 종교적인 혼란이 왔다는 점은 흥미롭다. (신기하게도 지금의 기독교와 별반 다르지가 않다!) 아울러 각장의 마무리에 칼럼을 하나씩 실어주었는데 로마의 변천과정을 건너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2200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로마제국은 사라졌다. 그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로마의 역사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역사는 이긴자들이 기록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들의 역사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 안에 얼만큼의 진실이 있고 얼만큼의 거짓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많을 것이다. 기나긴 영화 한편을 보고 난 듯한 느낌이다. 평소 갖고 있었던 궁금증에 대한 해결도 되었지만 그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베수비오 화산재에 덮혀 사라졌다던 폼페이 유적지를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그것은 과연 신의 심판이었을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