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모포 왜관... 부산은 일본과 가깝기 때문에 왜구의 노략질이 많았다. 그런 왜구를 우리의 통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것이 왜관이다.  조선은 구역을 정해 왜관을 짓고 왜구들에게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왜관을 통해 왜구들은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가 있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온화했기에 그들은 시끄럽기만 한 본국보다 조선땅에서 기거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들은 점점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려 했고 그러다보니 우리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우리 조선은 왜구들과 경계를 두기 위해 성벽을 쌓았고 성 밖으로 밀려나게 된 왜구들은 조선인의 영역을 침범하기에 이른다... 왜관이 생긴지 100년, 그 무렵 조선을 찾는 왜인들의 수는 엄청났다. 왜인들은 점차 조선의 통제에서 벗어났고, 통제 불능의 왜인들은 조선에게 군사적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선은 일본과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본인에게 낙원과도 같았던 조선의 왜관. 조선은 왜관을 통해 일본과의 평화를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모 방송의 역사스페셜을 보면서 내가 메모했던 글이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되었던 역사적인 사실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소설은 그 당시가 배경으로 쓰인 듯 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전쟁후에 돌아가지 못하고 낙오병이 되어버린 일본 사무라이 군대를 다루고 있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좀 그렇다. 왠지 깔끔하지 못한 뒷끝처럼 무언가 미진한 듯이..  전체적으로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인물과 배경에 그만큼 할당되어진 양이 많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사실 따지고보면 배경그림이 그다지 많지는 않으니 하는 말이다. 거기다가 깔리는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낯익다. 그리고 어둡다. 새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팩션.. 나에게 있어 역사팩션이라는 말의 유혹은 상당히 강하다. 피해가려고 하면서도 여전히 흘끔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곤 한다. 그랬기에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읽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낙오된 일본 사무라이들이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고립된 듯한 산골마을을 찾아들면서 그 마을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사무라이들 중에서도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마을사람들을 지키고 싶어한 자가 있었지만 전쟁의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자들에 의해 마을을 떠나고 말았다. 그 마을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절망 그 자체였으며 삶에 대한 의미조차 상실해버린다. 병력을 키우기 위해 태어난 많은 아이들.. 그렇게 병사로 훈련되어지는 아이들이 자라나 청년이 되었고 이미 세뇌되어버린 아이들에게 미래는 없었다. 어쩌면 그들이 겪어내고 있었을 그 암울함이, 그 통탄이 이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은 듯 하다. 내내 칙칙하고 끈적인다. 거기다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그 까마귀들의 존재는 거부감마저 들게 한다.  그 칙칙함속에서 한가닥의 밝음이 있다면 박명준이다. 사람냄새를 풍기는 사람...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사람..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과 절망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 그리하여 그 고통도 나눌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가 바로 박명준이다. 한국판 셔일록 홈즈라고나 할까? 기막힌 추리력을 자랑하는 명탐정이다. 그가 추리해내는 사건의 실마리들이 이 소설의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음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소중한 무엇을 지키는 과정이 아닐까.... 세상사라는 건 다른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볼 때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느닷없이 밀어닥친 고통에 저항하다가 끝내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마을사람들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씨도 아닌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아비의 심정과 그 아비와 자식을 바라보던 어미의 심정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전쟁을 겪어낸 이와 겪어내지 않고 그저 이야기로만 듣는 사람이 다르듯이..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도 그 먹먹한 감동이 밀려오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연쇄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가던 박명준의 이야기속에도 이렇다하게 다가오는 진함은 없었다. 그저 사건의 순서를 나열하는 글자에 불과했을 뿐이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죽음의 순간에 어린 윤성호의 이름을 부르며 따듯한 미소를 보내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통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한서림을 보았을 뿐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사실 내용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그러다가 작가후기를 읽고나서야 그 의도를 아주 조금은 파악할 수가 있게 되었다. 사진 한장이 전해주었던 느낌..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 휠체어를 탄 아이의 그 무심한 눈망울.. 작가는 그 한 장의 사진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았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그세서야 이해가 되었다. 살펴보니 꽤나 작품이 많았는데도 작가의 책은 이 소설로 처음 만났다. 책띠에 소개되어진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한권쯤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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