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한국의 명품문화
하중호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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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과연 무엇을 우리문화라고 하는 것일까? 단순히 옛 것만을 우리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게다. 보통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들이 우리문화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우리문화라고 일컬어지는 옛전통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면서도 주변에서 마주쳐야 하는 형식들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큰 편이기도 하다. 우리문화라고 하면 왜 유교문화라는 말부터 생각이 나는지..... 우리것을 알고 싶다는 욕심을 내세워 우리문화 따라잡기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일상적으로 그냥 유물이나 유적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이 안고 있는 속뜻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가 과연 얼만큼이나 알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인지 그것을 배우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냥 무심히 스쳐지났던 하나의 석등속에서 살아숨쉬는 옛숨결을 알아챘을 때의 놀라움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했었다. 내가 몰랐던 것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너무나도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웠으면 했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명품문화라는 말에 솔깃해졌던 것은..

삼양미디어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여러편 보았지만 느낌은 괜찮았다. 가끔씩은 방대한 양을 너무 간편하게 요약하는 건 아닐까 싶어 안타까울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여러 분야의 이야기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은 그다지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면서 쉽게 마주치기도 했고 주변을 통해 보고 듣는 것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렇다고해서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명품문화로써의 우리것을 해석하는 저자 나름대로의 시선이 새로운 까닭이다. 예절바른 옷차림이라는 것이 우리의 한복에서 이제는 양복으로 바뀌어버린 지금에도 저자는 각기 나름대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숨쉴 수 있는 우리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는 백프로 공감한다. 

인성을 키워주는 한국의 명품예절부터 품격을 높이는 인사라거나 이제는 많이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의 세시풍속에 얽힌 깊은 의미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효를 중요시했던 우리민족이었기에 감히 물리칠 수 없는 제사문화, 그리고 우리가 고쳐야 할 의식이나 문화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세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남녀가 사랑을 해서 함께 살기 위해 하는 예식을 말할 때 결혼이 맞을까 혼인이 맞는 말일까?  결혼結婚은 맺을 결結, 장가들 혼으로 신랑이 장가드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그렇다면 혼인婚姻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장가들 혼, 시집갈 인으로 신랑신부가 장가들고 시집간다는 뜻이니 결혼이 아니라 혼인이 당연히 맞는 말일게다. 그런데 한자사전에서는 혼인할 혼이라거나 혼인 인으로 나온다. 옛 뜻의 와전일까? 아니면 현대생활에 맞게 바뀌어버린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혼인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혼인을 혼례라 하였던 뜻을 보면서 시간에 쫓기는 우리의 예식문화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저녁에 장가들어 그날을 충분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다던 우리 선조들의 따스한 마음이 놀라울 뿐이다.

잘못된 호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지금 사람들은  "자기야~"라는 호칭을 많이 쓴다. 나 역시도 "ㅇㅇ아빠"라는 호칭과  "자기야~"라는 호칭을 함께 얼버무려 쓴다. 그런데 이 책속의 호칭문화를 읽다보면 한쪽 구석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보배처럼 여기고 내 몸과 같이 여긴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여보"와 "당신"이라는 호칭이 그다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그처럼 서로가 서로를 불러주는 말 한마디에도 좋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 스스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때, 그리고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길 때 '우리'가 소중해지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삼국유사>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의 세시풍속이나 제사문화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사랑만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옛이야기속에서 찾아낸 효는 참으로 지극했다. 얼마전 극작가 신봉승님의 강연회에 다녀왔었다. TV로 만날 수 있었던 <조선왕조오백년>의 극작가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을 다 읽어보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519년 동안의 조선사를 하나하나 기록했다던 <조선왕조실록>.. 복잡하게 얽혀드는 현대사를 풀어나가기 위한 정답이 우리의 옛것속에 들어있다는 말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지금의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역사를, 오래된 우리의 모습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이 책속의 글들처럼 아주 작은 것들부터 우리가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좀 더 나아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분'으로 불리워질 것인지 '한국놈'으로 불리워질 것인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아울러 쉽게 생각했던 우리문화에 대해 좀더 깊은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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