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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
브리짓 브레넌 지음, 김정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지름신이라는 게 있다. 나는 사실 그 지름신이라는 말이 사전에까지 올라가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저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아이들의 말일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있다. 앞뒤 안가리고 바로 사는 사람들이 믿는 가상의 신.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 신의 권력이 대단하다. 한번 강림하시면 도무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니.. 언젠가 방송 토크쇼에 나온 남자패널이 부부싸움하고 나온 날에는 영락없이 카드승인 메세지가 뜬다고 했던 그 말이 생각나 웃는다. 그 남자 하는 말이 그런데 그 액수라는 게 몇 천원 아니면 1,2만원 안짝이라 웃고 넘어간다던 그 말을 들으며 한쪽으로는 좀 찡했던 순간이기도 했었다. 여자라는 게, 아니 주부라는 것이 그 지독한 지름신마져도 이겨내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갖고 싶다고 무조건 살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그랬다는 말이다.
내게도 가끔씩은 지름신께서 강림하신다. 그런 경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심적으로 뭔가 채우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나선 후회를 한다. 차라리 비싸더라도 제 값주고 제대로 된 걸 살 걸 하는... 반품하라고? 웃기는 소리다. 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가, 그리고 유통구조가 그렇게 세련되지 못한 까닭에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반품이라는 말속에는 내 마음에 상처내기라는 속뜻도 숨어있으니...) 왜 이런 말을 시작했는가 하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사람들의 그런 심리상태를 말해주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내 심리상태를 한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다. 결코 그런 상태를 이야기해주고 싶어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속에서 만난 주제는 "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 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의문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케팅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녀를 향해 "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얘기란 거다.
쉽게 말하자면 성의 심리학이다. 이 책속에서는 젠더 심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성의 심리가 이러하니 이런 작전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성공할 것입니다, 하는 말처럼 들린다. 내 말이 틀린 것 같다고? 소비자를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은 대부분의 기업에게 여성심리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여성은 소득주체인 동시에 소비주체라는 말에 유념해야 한다. 노인여성이 늘고 있고, 빅사이즈 여성이 늘고 있다는 말도 잊으면 안된다. 여성은 기능적인 세부사항보다 제품의 혜택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말에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아하, 그래서 여성들이 덤으로 뭘 하나씩 준다고 하면 개미처럼 줄을 지어 서있었던 게로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들중에서 하나씩 체크해 본다면 거기에 중심적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여성들일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할아버지는 할 일없이 눈치보는 노년을 살아도 할머니는 아직까지 할 일이 많아 괜찮다는 말도 있지않은가 말이다. 식생활이 서구적으로 변해가는 사회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이건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바쁜 시간을 이리저리 쪼개 쓰다보니 음식만들기에 시간을 좀 줄이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바라보더라도 빅사이즈의 여성이 늘고 잇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건 완전히 여성탐구생활같다!)
오래전에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다. 이 책속에서도 당신이 어디에 있든 여성은 외국인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크다는 말일게다. 남성은 계급중심의 문화를 형성하지만 여성은 관계중심의 문화를 형성한다.. 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남성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모이지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모이지는 않는다.. 는 말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런 말이야 왠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부부생활백서같은 데에서도 흔히 하는 말인 까닭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여성심리중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라는 말은 참으로 놀라웠다. 보통의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별 일도 아닌, 정말이지 쓸데없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는 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음이다. 정말이지 대단하지 않은가! 여성이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실질적인 혜택' 에 관심이 더 많다는 말에는 나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 전자제품 하나를 고를 때도 여러가지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판매원의 말소리는 모기소리처럼 들리지만 내가 사용하면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불편했던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에 대한 보완점이 이러이러하다고 이야기한다면 귀가 쫑긋거리니 하는 말이다. 참 대단하다. 이 책속에서 만난 여성심리학은 정말이지 나 스스로가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두 개의 성, 그 중 하나가 소비시장을 지배한다.... 이 말은 정말이지 기업이라면 귀담아 들을 말이다. 아니 사훈처럼 정해놓고 늘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소비는 여성으로부터 비롯되어진다는 말이 헛말은 아닐테니..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라는 말이 있다. 피드백이라는 말도 있다. 그 모두가 생산과 소비를 한데 묶는 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심리.. 내 속에 지름신이 잉태되어지는 과정은 어떤 것일까가 궁금해서 들여다 보게 된 책이 오히려 내 속을 훑어보는 계기가 된 듯 해서 왠지 기분은 좀 그렇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