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다윗의 별.. 삼각형 두개를 서로 마주보게 겹쳐놓은 그림이다. '다윗왕의 방패'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비드의 별이라고도 불리운다.  베들레햄의 별.. 아기 예수가 탄생할 때 동방박사 세 사람을 아기예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별이다.  느닷없이 무슨 말이냐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느낌이 그렇게 생뚱맞았다는 말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로 한동안 베스트셀레에 머물러 있던 다빈치코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비례도의 모양으로 죽어있던 시체와 그의 배위에 그려져있던 별의 모양으로 시작되어지는 소설.. 하지만 흥미진진했다. 그만큼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설속의 배경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던 탓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다빈치코드라는 말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는.. 단지 댄 브리운의 소설제목일 뿐이었다는.. 덕분에 피보나치수열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긴 했지만.. 그 때문일 것이다. 이 보이니치코드라는 말이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현재 예일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는 '보이니치 필사본'이 이 글의 배경이다. 미지의 문자로 이루어진 이 책이 수십년간 진위논란에 휩쌓여 학자들의 말속에 오르내렸다고 한다. 일종의 자연과학과 관련된 삽화들이 그려져 있다는 이 책은 1912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미국인 보이니치가 갖게 되어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수학자나 과학자등 다방변의 학자들이 그 책을 해독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이 책속에도 알 수 없는 그림들을 실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해독하기 위해 애쓰는 세 사람의 발빠른 움직임이 있다. 소설의 구도는 당연히 종교적인 관념과 과학적인 관념이 서로 마주치게 되고 그 중간에 인간의 욕심이 서 있다. 카톨릭 수도원에서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는 젊은 수도사 엑토르가 종교계의 주자이고, 캠브리지 대학의 우주학자인 존이 과학계의 주자로 나선다. 거기에 철저하게 종교주의적인 어떤 자의 매수인으로 등장하는 멕시코 여성 후아나가 함께 동행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유다서' 와 같이 종교계의 뜨거운 감자로써 존재하는 것들이 꽤나 있는 모양이다. 물리학 박사이기도 하고 스페인의 천체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는 저자의 이 작품이 팩션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책속의 내용 모두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하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 관심분야를 그쪽으로 둔 사람이 아니라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기가 쉽지는 않을 듯 싶다.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채로 끝을 맺게 되는 이 이야기속으로 몰입해 들어간다는 것이  내게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소설의 형식보다는 어떤 주제를 연구해서 제출한 리포트를 읽는 듯한 느낌이 너무나도 강했던 탓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느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이런 것이니 한번 들려주겠노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루한 느낌이 강했다.

"Amazing!" 을 외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찌되었든 이 소설의 끝부분까지 무사히 와 주었으니 되었다,라는 안도감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 예일대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보이니치 필사본..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열린다! - 책표지의 글이 얄밉기만 하다. 비밀의 문이 열렸다는 것이 어떤 뜻이었을까? 너무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가버린 듯한 씁쓸함이라니.. 물리학, 천문학 전공자로서의 소신이 너무나도 강하게 베어있는 이 소설을 이해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15~16세기에 있었던 종교계와 과학계의 갈등을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그 맥을 집어낸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맥락은 아닐 것 같다. 과학지식소설이라는 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같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책속에 존재하는 지식들을 통해 그 흐름이 이랬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으니. 반복되어지는 듯한 느낌때문에 조금은 지루했지만 말이다. 

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사실들은 정말 많았다. 일상적으로는 가까이 다가가기 쉽지않은 분야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음이다. 흥미로운 암호풀이를 생각하고 이 책을 만난 사람이라면 꽤나 야속했을 것 같다. 단순한 암호풀이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되기에 하는 말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의 이상한 그림들과 문자들.. 지금도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문자들을 그저 단순히 아랍문자에서 따온 장식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주인공들이 해독하는 모습과 함께 보여주었던 그 실례들이 어떤 한 부분만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것을 유추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저자의 말속에서,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과 그 친구들도 모두 가공의 인물이 아니었다는 말에서 저자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속에서 언급되었던  '보이니치 리스트' 라는 동호회도 인터넷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보이니치 필사본'이란 신비로운 책에 대한 저자의 관심도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천문학을 연구했던 많은 사람들의 일생이 주가 되었던 이 소설은 허구의 형식보다는 실제적인 역사에 더많은 비중을 준 듯 하다.  화자인 엑토르 신부의 제자 시몬이라는 학생이 떠오른다.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 바로 모든 것의 시작은 아닐런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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