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길 3 - 생각의 화살 길 없는 길 (여백) 3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이 무엇인가... 화두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화두를 내려주는 스승도 없이 스스로 화두를 정해 마음과 눈이 열리도록 수행했던 경허.. 그가 그토록이나 힘겨운 수행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이렇다 할 제자가 많지 않았다.  스스로가 기행을 서슴치 않았던 탓에 그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수행자들도 많았다 한다. 그가 추구했던 선의 길은 과연 어떤 길이었을까?  경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강 빈속에는 어쩌면 내가 들어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1편, 2편, 3편까지 건너왔음에도 이렇게 마음 한켠을 크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내심 놀랍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알고자 했던 부분이 담겨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속에 떠도는 종교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이 뭣고(是心磨)....  경허하는 이름 한 자가 구한말의 뛰어난 선승으로 끊긴 선맥을 이어내린 대선사임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인가. (-77쪽)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선사들의 이름은 이미 과거속의 인물들 이 대부분이다.  삼한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흥하고 망하는 불교의 명암을 두루 거치면서 우리에게 그나마도 이름석자 내려올 수 있었던 선사들이 작금의 시대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듯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는 경허라는 대선사의 행적도 행적이려니와 수월과 혜월, 그리고 만공이라는 세분의 제자들을 통해 보여주는 대선사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제자중에서 맏형인 수월은 북으로 가 북방을 비추는 상현달이 되었고, 혜월은 남으로 가 남방을 비추는 하현달이 되었으며, 만공은 홀로 중부에 남아 보름달인 만월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것이 또한 그들만의 약속이었다는 말은 책을 읽는 내게는 하나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 - 불교에서 개달음에 이르기 위해 (선)을 慘究(참구)하는데 疑題(의제)로 하는 것은 話頭(화두)라 하고 話頭(화두)는 천칠백가지가 있다. 그 중 父母未生前 本來面目 是甚磨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시심마) 라는 것이 있다. 이 뜻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나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 라는 疑題(의제)를 疑心(의심)하기 위하여 이 뭣고..하며 골똘이 慘究(참구)하면  本來面目 (본래면목) (즉) 眞我 (참 나)를 깨달아 生死(생사)를 解脫(해탈)하게 된다 - -

스승이 그러하니 제자 또한 그러하리라.. 수월도 혜월도 만공도 스승처럼 그다지 많은 제자를 두지 못했던 듯 하다. 경허를 거쳐 그 세개의 달이 세상을 비추는 모습을 3권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수행과정이라거나 그들이 교화했던 구도의 길 또한 서로의 입을 빌어 말해주고 있음이다. 일제를 사자후로 일갈하여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던 만공의 의지.. 그 만공을 찾아왔다던 만해 한용운.. 문득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수도자도 아니고 구도자도 아니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인간이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나는 무엇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나는 그리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으며 마침내 어디로 가고 있음일까. (-176쪽)   모든 형식과 모든 이론을 뒤로 한 채 홀로이 몸으로 직접 구도의 길을 갔던 경허.. 그의 기행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얽매인 채 끌려가고 있는 형식의 굴레를 보게 된다. 소의 코에 꿰어진 코뚜레마냥 우리의 코를 뚫어버린 그 형식과 이론..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한번쯤은 되돌아 볼 일이다.  타인 먼저가 아닌 내 자신이 먼저일 때부터 모든 것은 시작이다. /아이비생각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 금강경 -

과거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면 사람들은 마땅히 집착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과거는 죽은 것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미래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면 사람들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미래는 환상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현재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면 사람들은 분별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현재라고 불리는 바로 이 순간ㄴ도 현재 그 자체는 아닌 것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357쪽)

'구도자는 사물에 집착 없이 베품(布施)을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구도자가 만약 '나는 사람들을 제도하였다'고 하는 생각을 일으켰다면 그는 진실한 구도자가 아니다. 구도자들은 일체의 생각을 버리고, 형태에 집착한 마음을 버리고 소리나, 냄새나, 감촉이나, 마음의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법()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또한 법 아닌 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법은 법이 아니며, 법 아닌 것도 법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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