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는 집 - 세계의 화장실 이야기
안나 마리아 뫼링 글, 김준형 옮김, 헬무트 칼레트 그림 / 해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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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가지씩은 똥에 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시골 할머니댁에 갔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 화장실의 변천사는 그리 길지 않은 듯 하다. 아주 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에는 화장실이라는 말보다 뒷간, 똥간, 측간, 변소 따위로 불리워졌었다.  그시절에는 변소 한귀퉁이에 잡지 한 권쯤 놓여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똥싸면서 심심하면 그 책을 읽기도 했었다. 똥푸는 아저씨가 똥지게를 지고 다니며 " 똥 퍼~ " 를 외쳐대던 소리는 " 머리카락 팔아요~ " 하던 소리와 " 뻔~ 뻔~ " 하며 다니던 고물장수 아저씨의 소리처럼 내가 어린시절에 자주 들었던 외침중 하나이기도 했다. 학창시절에 아주 짓궂은 생물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점심시간만 되면 각 반을 돌아다니시면서 큰소리로 묻곤 하셨었다. " 얘들아~ 콩나물 먹고 화장실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 그러면 비위 약한 아이들은 그만 도시락 뚜껑을 닫아버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정말 지푸라기로 밑닦개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변소 한귀퉁이에 놓여있던 잡지책이 행여라도 두꺼운 종이였을 경우 그것을 싹싹 비벼 부드럽게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몇년전 부모님께서 강원도에 계실 때에도 그 집 화장실은 정말이지 재래식 변소였었다. 한번은 잘 놀던 조카가 느닷없이 집에 가자고 울며불며 떼쓴 일이 있었는데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바로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집에 가야한다는 거였다. 그만큼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변소라는 말조차도 생소할게다. 

똥! 똥이 더럽다고? 뭐 솔직히 말한다면 더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똥이라는 말은 터부시되었던 말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똥이라는 말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듯하다. 더럽게만 보아오던 똥이 우리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건강이 우리의 관심사가 된 뒤부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받고 한번 훑어보았는데도 더럽다거나 하는 별다른 느낌은 생기지 않았다. 이 책은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다. 시대별로 화장실이 변해져가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고, 각 나라마다 다른 화장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일인용이 아닌 다인용 화장실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며, 노르웨이의 가족용 화장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화장실이 생긴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한번 해보게 된다.  여성의 상징인 하이힐이 바로 똥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예나 지금이나 오물처리가 고민거리였음은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저러나 어떤 왕이 썼다던 그 대리석 화장실은 겨울에 사용하기엔 너무 괴롭지 않았을까?

똥이야기, 화장실 이야기였음에도 재미있다. 어린 아이를 둔 엄마라면 이 책을 빌미로 껄끄러운 주제 하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말이다. 그림만 보아도 더럽다며 인상 찌푸리기 보다는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 듯 싶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를 위한 책을 보면서 나도 배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집을 갈 때 필수적으로 준비했었다는 요강..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특색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각 나라마다 똥오줌을 처리하는 데 공통적으로 요강을 필요로 했다는 것,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변기가 있었다는 것, 등등 아이와 마주앉아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의 흐름이 매끄러워 괜찮았다. 이 책을 읽고나니 한가지 욕심이 생긴다. 엄마가 직접적으로 표현해주지 못하는 성에 관한 주제도 이렇게 풀어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렇게해서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을 것만 같다.  책장을 덮으면서 한가지 괴담(?)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학교의 화장실이 모두 재래식 변소였을 적에는 변소괴담도 꽤나 많았었다. 때마침 휴지를 가져가지 않아 당황스러운 아이에게 손이 쑥 올라와서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를 줄까~ 하고 물었다던 이야기는 정말 무서웠었는데...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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