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도감 -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뜰 만들기
사토우치 아이 지음, 김창원 옮김, 사노 히로히코 외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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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시 도시로 오셨지만 강원도로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갈 때마다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해주던 그 많은 꽃들이 생각난다. 언젠가 한번 찾아뵈었을 때 마당 한 구석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작은 동산을 보고 저게 뭐냐고 여쭈었더니 봄에 와 보면 알거라고만 하셨었는데 그 다음해 봄 나는 탄성을 질렀다. 그 작은 동산을 수놓았던 할미꽃의 미소라니! 워낙 화초를 좋아하시기도 했지만 찾아갔던 자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하나씩 옮겨심은 야생화들이 작은 동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야생화들을 볼 때마다 우리 모두는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저마다의 꿈을 물어본다면 정원이 예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만큼 꽃과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다.

화초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어 나는 화초와 좀 늦게 가까워졌다. 처음엔 신발장위에 화분 하나 덜렁 올려놓고 오며가며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두번째로 들여 놓았던 스파티필름이 어느순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방망이 모양의 꽃술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 후 어느날부터인가 거실 한쪽을 화분이 모두 차지해버리고 말았었다. 그런데 한순간의 실수로 그 많은 화분을 모두 잃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흔한 산세베리아나 행운목은 한번도 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기초지식도 없이 그저 보는 것이 좋아 시작된 화초가꾸기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화분을 들이지 않았다. 그저 언젠가는 나도 제대로 배워 화초를 보리라 기약할 뿐.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눈에 띈 이 책은 이제는 뭔가 새로이 시작해봐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처럼 내게 다가왔다.

책장을 펼치면 미니꽃밭에서부터 창가에 만드는 꽃밭이나 연못만들기까지 그야말로 나만의 정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하여 나는 원예도구라거나 물주는 요령, 집 비울 때 물 주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분용 흙만들기, 화분갈이나 가지치기등 내게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 보기로 했다. 또한 집에서 간단하게 기를 수 있는 채소가꾸는 재미에 대한 부분도 관심있게 보았다. 중요한 것은 흙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말이지 크게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채소를 기르는 요령이라거나 그 채소를 이용하여 샐러드나 요리를 해먹는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가끔씩 찾아가던 친구집에서 방울토마토나 청경채를 볼 때마다 부러웠던 까닭이기도 하려니와 내가 키운 채소를 이용해 요리를 한다는 것부터가 참 멋진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정원을 가꾸게 되리라. 그러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많을테고... 가을에 끈끈이대나물과 샤스타데이지의 씨를 뿌리고 이듬해 봄에 백일홍의 씨를 뿌린다면 봄부터 여름에 걸쳐 온갖 나비가 찾아들거라고 한다. 나비를 부르는 꽃 베스트 3종이다. 향기있는 뜰을 원한다면 서향이나 수수꽃다리, 인동덩굴이나 치자나무와 같은 것들을 심어야 한다. 만약 뜰이 없다면 프리지어나 나리종류, 장미나 은방울꽃을 화분에 심으면 될 것이다. (프리지아의 향은 정말이지 황홀하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사왔던 꽃이 밤새 거실 한가득 향기를 채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치자꽃...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치자꽃을 진딧물에게 빼앗겨버리고 두번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았었다. 주변사람들에게 들었던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결국 그 치자꽃을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치자꽃의 향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화초를 키우고 싶다면 물주는 요령도 중요하다. 흙의 상태를 봐서 물을 주라고는 하지만 사실 초보자에게는 그것조차도 어렵게 느껴진다.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서 주의깊게 살펴보아야만 알 수 있다. 몇번의 실패를 각오해야만 온전히 나의 꽃이 될 수 있기에 어떤 식물인지, 식물의 상태가 어떤지를 꼼꼼하게 챙겨줘야 한다. 그리고 정원에 물을 주는 것인지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물주기는 달라야 한다. 계절에 따라서 그 방법이 달라야 하며 얼만큼의 물을 어느때 주어야 하는지도 잘 알아야 하니 화초키우기를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는 마음 아픈일을 몇번은 겪어야 할 게다. 작은 화분 하나를 온전히 내 것으로 잘 키워낸다는 것에는 정성그러운 마음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해도 부족해도 안되는 것이 식물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식물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겠지만 적당하다는 말의 의미는 정말이지 어렵다.

흙도 좋아야 한다. 특히 화분에서 키울 때는 더욱 더 그렇다. 화분에 담을 흙이 공기가 잘 통하는지, 수분을 잘 보존하는 능력이 있는지... 책을 보면 좋은 흙 또는 흙의 종류에 대한 설명을 아주 세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직접 화분용 흙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긴 하지만 쉽지 않을 듯 하다. 닭똥이나 깻묵, 뼛가루, 석회등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원에 가면 미리 만들어놓은 배양토를 살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그렇게 했었다. 모르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되어진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그 쪽이 훨씬 나을 듯 싶다. 그러면서 화원주인에게 어느정도의 정보를 함께 얻어오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토끼풀이나 보리, 자운영을 심어 풋거름으로 쓸 수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물론 식물의 성장을 도와준다는 비료의 종류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잘 나와있다.

한해살이 식물과 여러해살이 식물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한해살이 식물에도 봄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가을에 씨를 뿌리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팔꽃이나 해바라기, 백일홍, 맨드라미, 코스모스같은 것들은 봄에 씨를 뿌린다. 스위트피, 수레국화, 금잔화, 개양귀비와 같은 것들은 가을에 씨를 뿌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해 봄에 꽃을 볼 수 있게 된다. 장점이라면 두가지 모두가 씨를 뿌리고 자라기까지의 기간이 짧고 한번 뿌리면 해마다 부쩍부쩍 식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내 정원을 갖고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일년내내 꽃을 볼 수 있다는 데 왜 안할까? 그런가하면 두해살이 식물도 있다. 씨를 뿌리고 다음해에 꽃을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루나리아나 종꽃, 접시꽃등이 여기에 속한다. 컵과 같은 용기를 이용해 물로만 꽃을 피우는 수경재배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히아신스,크로커스,수선화같은 이름만 들어도 웃음짓게 만드는 예쁜 꽃들을 수경재배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심기만 하면 해마다 수확할 수 있다는 파, 부추,생강,파슬리,아스파라거스같은 채소를 겨울에도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번쯤 알아볼 만 하다. 상추나 시금치를 창가 화분에서 키워내 먹을 수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나는 사실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에 관심이 많다. 꽃을 피우는 식물보다는 늘 푸른 색으로 곁에 있어주는 관엽식물을 더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다. 하트모양을 한 잎새와 조금만 사랑을 주어도 풍성하게 잎을 틔우며 곡선으로 내려긋는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생명력 또한 강하다. 두번째로는 나무이면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목련을 좋아한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육식물 키우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통통하고 다부진, 그야말로 앙증맞은 모습에 유혹당한 탓이다. 아직 나만의 정원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개나리로 담장을 치고 목련 두그루 심어 대문을 만들고 싶다던 어린 날의 꿈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능소화를 심어 흐드러지는 능소화를 위해 아치형 다리를 놓아주리라던 그 꿈은 아직 유효하다. 그 꿈의 실현이 멀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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