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지음, 최한림 옮김, 찰스 M.슐츠 그림 / 미래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기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면서 숨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우스운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한 줄의 말이 유난스러울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문득 어린 시절 즐겨하던 놀이가 생각났다. 술래가 멀리 떨어진 채 뒤돌아서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 술래가 돌아보기 전에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그런 놀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을 술래에게 들키게 되면 그때부터는 들킨 아이가 술래가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생활이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하여 내 자신을 숨기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 사람들은 도덕적인 잣대에 너무 민감하다고 한다. 그만큼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산다는 말일게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그토록이나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삶의 법칙인양 인식되어져버린 많은 관념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이 살기좋은 곳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은 물욕을 추구하면서도 막상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적인 것을 주문하기 때문"(-19쪽) 이라고 이 책은 아주 명쾌한 답을 내려주고 있다. 먼저 나 자신의 결점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나 먼저 고치려고 노력하다보면 남의 결점은 눈에 들어올 시간도 없을것이라고.. 내 결점을 고치는 것조차도 남의 눈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이미 나의 삶이 아닐 것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돌아보는 술래에게 가끔씩은 들켜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듯 싶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도대체 좋은 일이 생기기는 하는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좋은 일'이란 것의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다. 도대체가 '좋은 일'이란 게 무엇을 말하는 거지?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에게 좋은 일은 참 많았다. 우리를 스쳐갔던 모든 일들이 다 나쁘지만은 않았을테니 하는 말이다. 스쳐가는 모든 일들이 다 나쁘기만 하다면 정말이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왜 내게는 좋은 일이 안생기는 거지? 생각하곤 한다. 흔히 하는 말중에서 행복은 아주 작은 것들속에 머물며 우리가 찾으려고만 하면 가까운 곳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행복 또한 좋은 일처럼 쉽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살짝 미소를 짓게 한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되느냐고 묻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내 속에 들어있던 말을 대신 밖으로 끌어내 준 까닭이 아닐까 한다. 뭐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이 이런 문제앞에서는 이렇게 행동하시오! 라는 행동지침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행동지침이라는 것들을 만화를 앞세워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약간은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아마도 우리에게 부담없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만화의 장점을 살려서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드스톡, 스누피, 찰리 브라운...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다. 스누피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 에이브러햄 J. 트위스키는 정신과의사인데 찰리 브라운이라는 인기 만화속에 내재되어져 있는 사람들의 사소한 오해와 착각에 대하여 정신과적인 차원으로 풀이를 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치도 만화해설가처럼. 그렇지 않다면 저자의 글에 맞추어 그 유명한 스느피를 그렸던 만화가 찰스 M. 슐츠가 그림을 그려준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자가 쓴글에 맞추어 만화가의 카툰을 실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만화와 글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하고 묻는다면 답은 이것이다. 좋은 일은 지금 바로 시작될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가장 먼저 나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이미지나 결점부터 고쳐야 한다. 좋은 일의 시작 역시 바로 나의 손에 달려 있으니.. 자신을 평가하고 현실을 바로 볼 줄 알며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걱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에 관한 것등등... 자신을 고쳐나가기 위한 해결책을 찰리 브라운이라는 만화속 주인공과 함께 잘 보여주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가장 으뜸인 듯 하다. 우산장수 아들과 소금장수 아들을 두었던 한 어머니의 걱정과 염려가 어느 순간부터 기쁨과 즐거움으로 바뀌게 되는 상황처럼 우리도 그렇게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었다면 진짜 친구의 솔직한 평가와 그냥 아는 사람이 무심코 던지는 말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이건 아니건, 좋건 싫건, 듣기좋은 말을 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양쪽 모두 흔히 말하는 '인사성 멘트' 에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진심어린 충고를 가려낼 줄 아는 그런 지혜가 필요한 듯 하다.

책을 통해 나에게 다가왔던 말을 내세워 혼자만의 결론을 유추해본다면 이렇다. 첫째로는 요컨대 무리없이 씹어 삼킬 수 있을 만큼만 물어뜯자는 이야기.(-148쪽) 욕심이다. 제 먹을양만큼만 먹으면 될 것을 욕심을 부리니 모든 것이 비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둘째로는 듣는 것은 은행에 예금하듯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고, 말하는 것은 돈을 인출하듯 지식을 나눠주는 것이다. 인출액이 예금액을 초과하면 부도가 날 것은 당연지사다.(-176쪽) 세상에서 어려운 일중에 하나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먼저 앞세우기 보다는 남을 먼저 존중해주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세째로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입보다 강하지는 않다 (찰리 브라운-172쪽) 입속의 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두번째 결론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지 싶다. 말과 얼킨 우리의 속담이 많은 것만 보아도 말한마디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 는 황금률을 지키자 (-181쪽)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받는 것은 기분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그렇듯이 남들도 그러할 것이니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하면 될 일이다. 담아두고 되새김질하며 살아갈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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