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EVERMORE.. 영원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에 없는 것이기에 그토록 우리를 아련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표지의 꽃그림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마치도 영원히 지지않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항상 꿈을 꾸는가보다. 영원한 사랑을.. 그래서 우리는 항상 기다리는 모양이다. 영원히 곁에 머물러 줄 사랑을..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죽지않는 불사자不死者라면 몰라도. 뱀파이어도 아니고 좀비도 아닌 불사자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책속세상이 왠지 낯설게 다가왔다.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놀랍다는 생각도 해 보면서. 흔한 소재를 살짝 용어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왠지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피식거렸다. 요즘 인기있는 <트와일라잇>이나 <뉴문>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지만 무언가 차별화되기를 노린 것처럼 다가오는 불사자不死者라는 단어가 그렇다는 말이다.

생生과 사死의 중간.. 온전히 죽기위해서는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그곳에서 잠시 헤매이다 누군가에 의해 다시 삶의 세상으로 돌아온 소녀 에버가 있었다. 그리고 에버에게 생긴 초능력. 뭐 그다지 초능력이라고까지야 할 건 없다. 단지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다는 오로라가 보이고 스쳐가기만해도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일뿐. 영매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류의 소재는 주변에 많고 많다. 계간문학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런쪽만을 다루어주는 책들도 꽤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사고가 난 소녀가 죽은 사람의 눈을 이식하고 그때문에 생과 사의 중간지점을 헤매이는 사람들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그런 영화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아주 특별한 소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영화 한편이 있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은행나무침대>라는 영화다. 아주 오랜시간을 거쳐 사랑을 찾아 은행나무침대로 환생했던 여인의 사랑을 그려 내게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던 그 영화가 책을 읽는 내내 오버랩되었다.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사이에는 항상 그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꾼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이미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찾아온 옛사랑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그 옛사랑을 인정한다는 소설의 틀을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전체 6부작으로 되어 있는 시리즈중에서 첫번째 책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죽지않고 영원한 삶을 살아야하는 남자 데이먼과 환생을 거듭하며 못다 한 사랑을 이루려는 에버의 이야기라고 되어있었지만, 책을 읽어보니 못다한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한남자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영원한 삶을 찾기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옛사랑이 자신을 인정하기까지의 많은 시간을 인내할 수 있는 데이먼의 모습이 약간은 색다른 소재로 느껴졌다는 말이 어쩌면 맞을것도 같다. 시리즈물이라고는 하지만 1편만으로도 이야기에 만족할 만하다. 1편은 1편대로, 2편은 2편대로 그 나름대로의 맛을 달리할 수도 있기에 시리즈물이라는 말에 유혹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음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결론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1편에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의 사랑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걸로 끝이 났다면 2편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미리 짐작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뱀파이어도, 좀비도, 늑대인간도 이제는 모두가 식상한 소재가 된 것일까? 이제는 불사자의 이야기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형식속에서 이름만 바꿨을 뿐이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 작가의 상상이 기대되기도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니까. 생生과 사死의 중간지점이라는 곳이 정말 있기는 있을까? 하나같이 아름답게만 그려지고 있는, 찬란한 빛으로 쌓인 그런 세상이 정말 존재하기는 할까?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세상일지라도 참 멋진 뉘앙스를 풍긴다. 계간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자꾸만 부풀어오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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